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앞둔 2주 남짓의 시간, 중·고등학교 교실은 영화관이나 취침실이 되기 일쑤죠. 경기 귀인중 박현미 쌤은 이맘때를 ‘재미’로 가득 채울 묘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얘들아! 색종이 접어서 맹거스펀지 만들자!” “유치하게 종이접기가 뭐예요! 저희 중3이에요~ 맹구스펀지? 그건 또 뭐?” “일단 시작! 맹거스펀지란 말이야, 너희가 중2 때 배운 ‘도형의 닮음’ 단원과 연계되는데 말이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탈 구조로서… 블라블라~” (20분 후)
한 친구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몇 개 접다가 힘들어서 포기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여기저기에 눈이 풀린 채 정육면체를 접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정말 공포스러웠다.” 4개 반 학생들이 접은 500여 개의 정육면체.
박 쌤은 “400개가 목표였어요. 아이들이 못 채우면 제가 밤을 새서라도 완성품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런데 웬걸요, 다들 너무 좋아하며 계속 만들더라고요. 4단계 맹거스펀지에도 도전하고 싶다나요? ‘너희 그럼 졸업 못해~’ 하며 말리느라 혼났습니다!”라는 뒷얘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만든 대형 맹거스펀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귀요미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했던가요? 이 추억은 박 쌤과 학생들의 장기 기억 저장소에 영구 보존되겠지요~
여기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서울 용문고 1학년 학생들의 뮤지컬 공연 현장입니다. 각 반마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배역 중 단연 눈길을 끈 건 ‘알흠다운’ 자태를 뽐낸 ‘여주인공들’이라고 합니다.
뮤지컬 수업을 진두지휘한 이혜주 쌤 왈, “남학교다 보니 각 반마다 불가피하게(?) 여장을 할 친구를 정해야 했어요.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선 경우는 ‘제로’라고 보시면 돼요. 어쩔 수 없이 반 친구들의 ‘강력’ 추천으로 강행됐죠. (웃음)”
무대에 선 용문고 절세미녀들을 살펴볼까요? 맞는 옷을 찾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이었으나 기적적으로 3XL 원피스를 입고 무대를 빛낸 친구, ‘헬스로 다져진 내 다리에 제모가 웬말이냐’라며 매력적인 다리털을 고수한 근육맨 친구, 애정행각 신에서 치마를 입은 채 닫혀지지 않는 쩍벌로 큰 웃음 준 친구, 너무나 강렬한 ‘왕송충이’ 눈썹을 앞머리 가발로 가리고 무대에 선 친구….
이 쌤은 “연기자뿐만 아니라 연출, 조연출부터 작가, 조명, 분장 등 각 반의 모든 학생이 역할을 분담해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격주로 등교하다 보니 더더욱 연습에 몰두할 시간이 빠듯했죠. 진심으로 고백하자면 준비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즐거움과 협업의 중요성, 음악이 주는 기쁨을 꼭 선사하고 싶어 젖 먹던 기운까지 짜냈습니다!” 라고 하셨어요.
고난의 과정은 기쁨의 결실로 맺어졌습니다. 무대에 오른 뮤지컬을 본 관객마다 모두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거든요. 이 쌤과 학생들의 열정이 빚어낸 뮤지컬 현장을 보며 한마디 건네봅니다. “진짜 이쁘다 니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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