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교장 선생님’으로 시작해 ‘젠장’으로 마무리한 한 편의 주옥같은 시.
게다가 중앙 현관 풍경까지 그림으로 담아내며 진정 예술가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경기 인창고 김덕년 교장쌤은 학생들에게 ‘모닝 천사’로 통합니다. 매일 아이들이 등교할 즈음이면 학교 중앙 현관에서 “안녕~” “아이쿠, 가방이 너무 무거워 보이는구나!” 아침은 먹었니?” “어? 오늘은 왜 이리 표정이 힘들어 보이지? 기운 내렴~” “이런, 배는 왜 움켜쥐고 그래? 어서 보건실로 가자!”하며 애정 어린 ‘따땃한’ 인사말을 건네주시거든요. 그리고 9시가 되면 학교를 순회하며 어디 위험한 곳은 없나 점검하거나 회의를 준비하시죠.
그런 교장쌤께 며칠 전 시 한편이 도착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가장 기억나는 공간’을 주제로 시작(詩作) 수행평가를 치렀는데 한 귀요미 학생이 ‘중앙 현관의 교장쌤’이 뇌리에 가장 강렬히 남아 있다며 제목을 ‘교장 선생님’으로 한 멋드러진 시를 창작했다는군요.
알람이 울려 비몽사몽 학교를 간다 / 친구와 이야기하며 잠을 깨며 학교를 간다 / 한 줄씩 들어가며 학교 안으로 간다 / 교장 선생님께서 어느 날과 다름없이 인사를 해주신다 / 이로써 학교를 도착한 것이 되었다 /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 오늘은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활기차게 학교를 간다 / 나 혼자 조용히 걸으며 학교를 간다 / 나 혼자 한 줄로 학교 안으로 간다 /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 / 아 젠장 지각이였구나
큰 여운을 남긴 ‘젠장’ 속 그 복잡다단한 마음(싸랑하는 교장쌤과 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 지각 벌점, 최소 청소 등의 공포를 동반한 짜증(?)이 섞인)이 읽혀 시를 읽은 모든 선생님들이 ‘제대로’ 빵 터지셨다는데요. 수행평가에 패기 넘치는 격렬한 단어를 삽입해 화룡점정을 일궈낸 학생과 이를 사랑스럽게 받아주신 교장쌤의 케미, 크~ ‘알흠’답습니다!
“이상적인 내용만 가르치는 건 참교육이라 할 수 없다고 봐요. 먼저 다문화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다문화가정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받은 교육에서는 다문화가정의 힘든 면만 부각하고 배려와 존중을 요구하기만 해요.이러한 교육이 오히려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미디어의 영향도 커요. 피부색과 인종에 따른 고정관념을 자신도 모르게 심어주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학생들의 토론 열기가 뜨겁게 타올라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더운) 이곳은 올해 개교 2년 차를 맞은 ‘새싹 학교’, 경기 서연고입니다. 1, 2학년 독서 토론팀을 총괄하는 김미향 쌤은 “코로나 시국에 개교해 교사와 학생들 간에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쌤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눈 끝에 ‘독서를 매개로 마음을 나눠보자’라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4월부터 학생들을 모집했죠.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요, 어찌나 다들 열심히 책 읽고 성실하게 준비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는지 교사들이 더 배울 정도라니까요~”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답니다.
토론의 열기는 카톡방에서도 식을 줄 모른다는데요, 그런 학생들의 토론 활동지와 그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 사진들을 보내주시곤 “우리 예쁜아이들이요~” 하며 끊임없이 감탄과 칭찬을 쏟아내시는 미향 쌤을 보며 서연고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진심 부럽다 니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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