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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호

어쩌면 쓸모 있을 TMI | 세기의 라이벌 3 _ 피아노 경연에서 맞붙은 두 천재

모차르트 VS 클레멘티

1781년 크리스마스이브,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는 세기의 음악 경연을 벌였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히던 두 사람, 바로 모차르트와 그의 라이벌… 뭐야, 말 안 끝났는데 왜 갑자기 손들어? 오, 정답을 알아? 살리에리!? 땡~ 틀렸어. 너도 영화 <아마데우스>에 세뇌된 안타까운 영혼이구나. ‘모차르트!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 하며 광기 어리게 외치던 살리에리가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 있지? 살리에리가 억울한 마음에 하늘에서도 밥이 안 넘어간다고 전해달래. 모차르트의 아들도 지도한 훌륭한 음악 교육자였는데 말야. 각설하고, 모차르트와 피아노 배틀을 펼칠 주인공은 피아노 ‘쫌’ 배워본 친구라면 너무나 친숙한 음악가 클레멘티란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위키백과







천재의 대명사이자 태교음악의 슈퍼스타_ 모차르트

“클레멘티의 소나타를 듣거나 쳐본 사람은 곡들이 얼~마나 별로인지 ‘팍!’ 느꼈을 거야. 누나~ 내가 진짜 누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형편없는 클레멘티의 곡들을 너무 열심히 연습하진 마… 게다가 클레멘티는 연주도 엉망이야! 내가 직접 들어봐서 잘 알아~”
_1783년 천재 동생 모차르트가 사랑하는 누나 난네를에게


클래식을 모르는 ‘클알못’이라도 세 살 때 이미 신동이라 불렸고, 다섯 살 때 작곡을 했으며 일곱 살 때 바이올린 소나타, 여덟 살 때 교향곡, 열두 살 때 오페라까지 작곡한 천재 중의 천재인 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님을 모를 순 없지. 음하하하!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노래 한 곡만 히트해도 건물주가 된다지만 내가 활동했던 시기엔 음악가는 후원해주는 왕족이나 귀족 없이는 생계 유지조차 불가능했어. 그러니 황제가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정한 ‘세기의 피아노 대결’인가 뭔가에 이렇게 끌려나온 거 아니겠니. (그것도 궁전에 도착하니까 그제야 대결이 있다고 알려주더만.)

상대가 뭐? 클레멘티라던가? 나보다 네 살 형인데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연주가이자 작곡가라네~ 방금 뮌헨과 잘츠부르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빈에 도착했다는데, 와우, 근데 나 처음 들어, 풉! 게다가 내가 어릴 적 한눈에 ‘뿅’ 하고 반했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이 형 ‘찐팬’이래. 기대하시라고~ 오늘 진정한 연주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근대 피아노 연주의 아버지_ 클레멘티

“여기 두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있으니 연주를 청해 듣기로 합시다. 클레멘티가 먼저 연주하시오.” 이랄 줄 알았다~ 어쩐지, 모차르트의 광팬인 요제프 2세가 나를 보자고 했을 땐 다 엉큼한 속내가 있었던 거야. 흠, 저기 약간 맛이 가 보이는 친구가 모차르트인가 보군. 음악사의 역사를 새로 쓴 놀라운 천재라지?

아, 나 무치오 클레멘티가 낯선 친구들을 위해 잠시 내 소개를 해야겠군. 난 1752년 로마에서 태어났어. 그 뒤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가의 삶을 시작했지. 아홉 살 때부터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했고 열세 살에 교향곡을 작곡, 열여덟 살에 공식 데뷔 무대를 가졌어. 또 처음으로 피아노만을 위한 곡을 만든 작곡가이기도 해. 덕분에 체르니, 쇼팽, 브람스 등을 포함해 현대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음악가로 정평이 나 있지. 하~ 이거 쑥스럽구먼!

자~ 이제 연주를 시작해야겠군. 모차르트가 황제에게 악기가 형편없다며 항의하는군. 진정한 대가는 도구를 탓하지 않음을 보여줘야겠어.





과연 연주 배틀의 승자는?

클레멘티와 모차르트는 각자 작곡한 곡으로 연주를 시작했어. 클레멘티가 선택한 곡은 <소나타B♭장조>와 <토카타>였지. 악마적인 기교를 뽐내며 연주하는 클레멘티의 놀라운 테크닉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어. 모차르트는 느린 템포의 <카프라치오 C장조>를 연주했지. 기교를 넘어 선 음악의 예술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명확히 보여준 거야. 이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반짝반짝 작은 별’을 토대로 변주곡을 연주했어. 누구나 아는 단순한 선율이 화려하고 다채로운 변주로 펼쳐지자 청중은 열광했지.

황제는 무승부를 선언했어. 그리고 나중에 측근에게 “클레멘티의 연주는 기술인 반면 모차르트의 연주는 예술이다”라고 했다나 뭐라나. 경연이 끝난 후 클레멘티는 모차르트에게 “우아하고 부드러운 연주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예를 갖췄지만 모차르트는 “기교만 화려할 뿐 감정 표현이 부족하다”며 흉을 봤다고 해. 재미있는 사실은 그로부터 10년 후 모차르트가 그의 대표 오페라 작품 <마술피리>의 서곡에 클레멘티가 경연에서 연주한 <소나타B♭장조>를 몰래 차용해 썼다는 거야.

작곡가가 다른 이의 곡을 빌려와 쓰는 건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어. 간혹 음악가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클레멘티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사용했기 때문에 경의라고 하기엔… (나중에 이 사실을 안 클레멘티가 항의했지만 무시했다나 뭐라나) 두 거장이 맞붙은 이야기, 재미있었니? 그럼 이제 둘이 경쟁을 펼쳤던 곡들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나?




‘지금까지 이런 TMI(too much information)는 없었다!’로 시작한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독자 분들의 요청에 다시 시작합니다. TMI 시즌 2는 “재밌게 읽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까지 됐다”는 말에 ‘어쩌면 쓸모 있을’을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과학,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세기의 라이벌들로 재밌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그저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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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 EDU CULTURE (2021년 06월 30일 10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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