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대환영을 표한 일대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 회담에서 선언된, 40여 년간 지속됐던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가 그 주인공이다. 미사일 주권 회복으로 인해 사거리 규정이 사라진 만큼 이제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한미 정상 회담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달과 우주 탐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준수해야 할 원칙과 행동 규범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고 한미 위성항법 공동 서명에 합의했다. 우주 시대 개막의 포문을 연 미사일지침 해제, 그 면면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미사일, 우주 로켓으로 비상!
내일이 : 무상아~ 뉴스 봤어? 무려 42년 만에 미사일지침이 해제됐대!
무상이 : 미사일지침? 미사일이 지쳤다는 것인가. 하, 이런. 42년 된 미사일이면 지칠 만도 하지. 나도 지금 숙제하다 지침… 과연 숙제의 끝은 어디인가.
내일이 : 우리나라가 이제 마음껏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선물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진정 몰랐다, 친구야.
무상이 : 뭐? 마음껏 개발? 그럼 지금까지 미사일 개발을 누구 허락받고 하고 있었어?
내일이 : 응, 우리나라는 이제껏 미사일 주권이 없었거든.
무상이 : 미사일도 주권이 있어? 그럼 TV에서 본 한국군이 사용한 미사일은 뭐야? 비자 받고 들어온 외국산이야? 신토불이 미사일이 아니었던 거야?
내일이 : 미사일이 비자를 받았는지는 모르겠….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사일 제조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야. 이제 거리 제한이 풀렸으니 미사일이 우주 발사체로 변신해 날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우주 로켓! 상상만 해도 좋다~
무상이 : 그 로켓 1호 승객이 나였으면 좋겠다. 지구를 떠나서 숙제와 작별을 고하게.
내일이 : 무상아, 그럼 우리 일단 미사일이 어떻게 로켓이 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자. 다음 시간까지 조사해오는 게 숙제다!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1978년, 극비리에 성공시킨 미사일 개발
자, 그럼 이제부터 미사일지침이 뭔지, 42년 만에 되찾은 미사일 주권이 얼마나 큰 의미를 내포하는지 우리 함께 차근차근 알아가보도록 하자.
먼저 미사일지침을 알기 위해선 과거 한국과 미국 양국 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 1960년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일으켰어.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이니만큼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승리를 자신한 전쟁이었지. 미국은 한국전쟁에 큰 도움을 줬음을 상기시키며 병력 파병을 요청했고 우린 이를 수용했어. 하지만 전쟁은 무려 10여 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 지쳐갔던 미국은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발 빼기를 시도했지. 1969년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인끼리’란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더니 베트남전쟁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한 거야.
그러더니 1971년에는 한국 정부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경기 동두천에 있던 주한미군 제7사단의 철수를 감행했어. 이 사건은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웠고 전쟁을 피할 유일한 해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뿐이라는 깨달음도 던져줬지. 게다가 1970년대에 북한이 핵 개발을 시작했기에 우리 남한 정부는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우리 힘으로 미사일을 만들자! 화력 DNA가 장착된 민족답게(조선 시대 화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신기전>을 보면 느낌이 팍! 올 거야.) 1978년 9월 26일 비밀리에 ‘백곰’ 탄도미사일(로켓을 동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최초로 개발해 발사에 성공해. 당시 개발을 맡았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미국이 제공했던 지대공미사일(공중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기 위해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나이키’를 참고해 백곰을 개발했어. 즉 나이키를 역설계해 추진기관 등의 성능을 개량하고 기존 사거리보다 40km 더 긴 180km의 백곰을 탄생시킨 거지. 와우, 이런 ‘그냥 해! (Just do it) 정신’이라니~
미국, 1979년에 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됐어. 대애박! 하지만 주변국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며 민감하게 방응했지. 백곰을 핵무기 운반체라 의심한 거야. 이를 방증하듯 일본은 ‘백곰은 핵 개발과 연관 있을 것’이라고 떠들어댔고 소련 국방부는 ‘남한의 핵 개발을 경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어. 미국도 ‘탄도미사일 개발 뒤에는 핵을 개발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추궁하더니 ‘미사일 사거리를 서울에서 평양 타격이 가능한 180km로 제한하라’며 압박하기에 이르렀지. 당시 주한 미국대사, 미국 정부 특사까지 ADD에 찾아와 미사일 개발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니 말 다했지. (지들은 다 핵 보유국인 주제… 여기까지만 할게.)
결국, 우리나라는 1979년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를 골자로 하는 자체규제 ‘미사일 개발 지침’을 마련해 미국의 동의를 얻게 돼. 대신 미국은 기술을 공유해주기로 약속했지. (몰래 개발하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나 뭐라나.) 이때부터 42년 동안 우리 미사일 전력에 족쇄가 채워지게 된 거야. 그동안 ‘한-미 미사일지침’으로 불렸는데 ‘미사일지침’이 정확한 명칭이야. 이는 양국 합의가 아닌 한국이 스스로 지키겠다고 통보한 ‘미사일 개발 자율규제 서한’이기 때문이란다. 진짜 자율이 보장된 환경에서 우리가 그렇게 규정한 건지는 미국한테 묻고 싶다만.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미사일지침 개정에서 종료까지
소위 강대국들의 모진 구박과 눈치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미사일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1985년 9월, 한국군 미사일 전력의 근간으로 불리는 ‘현무-1’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탄생시켰어. 이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지자 2001년 미사일지침 1차 개정을 통해 사거리를 500km까지 늘렸고 2012년 2차 개정에서는 최대 800km로 합의했지. 또한 두 차례의 미사일지침 개정에 힘입어 현무 후속작이 시리즈로 줄줄이 개발됐단다. 현무-2A는 사거리 300km, 현무-2B는 사거리 500km, 현무-3B는 사거리 800km로 제작돼 실전 배치됐지.
이후 2017년 9월 3차 개정을 통해 탄두의 중량 제한이 사라졌고, 2020년 7월 4차 개정 때는 우주 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이 허가됐어. 이런 단계를 지나 올해 5월 드디어 미사일 규제가 철폐된 거야. 현재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은 ‘현무-4’라고 해. 현무-4는 최대 사거리가 800km일 경우 최대 2톤의 탄두를 탑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대한민국 헌법은 침략전쟁을 금하고 있어. 우리 군은 외국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서만 군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야. 하지만 힘을 가졌는데 안 쓰는 것과 힘을 가지지도 못하는 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지. 이번 미사일지침 해제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거야.
전작권 전환과 우주 시대 준비
여기서 잠깐! 이번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으로 우리가 군사주권을 온전히 회복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바로 ‘전작권’ 때문이야.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 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전시작전권’을 뜻해. 한국군의 작전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하는 평시 작전통제권과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으로 나뉘어 있어. (작전권이 평시와 전시로 나뉜 건 세계 군 역사상 한국이 유일해.) 그런데 생각해봐. 군 최대 임무는 전쟁 수행이잖아. 때문에 평시에 행사할 실효적 권한은 거의 없어. 또 평시라 하더라도 한반도 전시 작전과 연관된 모든 군사 활동의 권한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어. 그러니 아무리 최고 성능을 지닌 탄두미사일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이 미사일 작전 운용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미사일지침 종료가 무슨 의미가 있겠니~
어쩌다 전작권이 미군에게 갔냐고? 1950년 7월 14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맥아더 미 극동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이양했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비정상적인 체제’가 70년 넘게 고착화돼버렸지.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야. 자주국방의 길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그치?
전작권 전환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지침 종료로 ‘한국판 스페이스X’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는 거야. 이제 마음껏 위성과 로켓을 쏠 수 있게 된 만큼 우리나라는 2022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자체 제작한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을 계획 중에 있어.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미래 주요 산업인 항공우주산업을 담당할 국가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지.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항공우주청’ 같은 정부기관을 설립해 연구개발 등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야.
이제 한국산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할 날이 성큼 다가온 것 같지 않니? 뭐? 꿈이 파일럿이었는데 우주선 함장으로 정정해야겠다고? 이런 센스쟁이!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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