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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토픽 ‘쫌’ 아는 10대 6 | 택배 논란 _ 택배 멈춰, 여긴 못 들어와~

왜? 우리 아파트는 특별하니까!

지난해 경기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는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택배)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라는 공문이 붙었다. 종이는 위력을 발휘했다. 택배 기사들은 지하로 내려갔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배달·택배 기사들에게 화물 엘리베이터만 이용할 것을 강제해 파문이 일었다. 1천500여 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에 화물 엘리베이터는 단 2대다. 최소 5~10분 이상을 기다려야 ‘간신히’ 탈 수 있다. 지난 7일, 전국 택배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의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가 주원인이 됐다. 이유는 ‘주민 안전’이었다. 그러나 열거된 세 곳 모두 ‘서비스 노동자의 인권’은 없었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택배가 멈춘 세상, 그것은 암흑!

내일이 : 무상아~ 큰일났어! 택배가 멈춘대!

무상이 : 왓!? 그럼 엄마 몰래 시킨 내 게임기는… 안 와? 그 아이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엉엉 ㅠㅠ

내일이 : 걔는 너무 걱정하지 마, 우선 아파트에 배달되는 신선식품부터 운송을 안 한다더라.

무상이 : 진심 고맙다 친구야. 진작 그렇게 알려주지. 덕분에 잠시 지옥 다녀왔다~

내일이 : 야, 식품 배달이 안 되는 게 더 문제 아니냐? 이제 전국 아파트 주민들은 식재료 사러 직접 마트에 가야 한다는 거잖아. 아직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았는데 너도 나도 장 보러 오면 거리 두기는 어쩌냐고~

무상이 : 그런데 왜 갑자기 택배가 멈춘 거야?

내일이 : 갑자기는 아냐. 전부터 ‘공원형 아파트’의 주차 문제와 택배 수송 문제로 여러 번 이야기가 나왔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해 결국 택배 기사 분들이 파업을 선언하게 된 거거든.

무상이 : 공원형 아파트? 아파트가 공원이야?

내일이 : 무상아, 믿기 어렵겠지만 네가 사는 아파트가 공원형 아파트야. 자, 그럼 지금부터 이 엉아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줄게!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사는 곳’이 곧 내 신분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사는 곳이 곧 내 가치이자 신분’이 되는 ‘주거 카스트’ 풍조가 만연해가고 있는 것 같아. 이 땅의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 (우리)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슬럼화로 인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내 아이가 같은 학군에 묶이는 게 싫다’ 며 자신의 거주지 주변의 임대 아파트 건립을 결사반대하지. 이에 더해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만으로 특권 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뭐랄까~ 명품을 휘감으면 자신도 명품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주민들이 차량 없이 안전하게 단지 내를 활보할 수 있는 ‘지상 공원형’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어. 그러곤 ‘이게 바로 고급이다!’를 내세우고 있지. 근데 말야, 안타깝게도 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주민 의식까지 동반 상승하는 건 아닌가 봐.

지금부터 왜 코로나19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이 땅의 ‘필수 서비스 종사자’인 택배 기사들이 파업까지 결의하게 됐는지 간단히 살펴보자고!


택배 차량 지상 출입 제한

지난 4월 초, 고덕동의 한 아파트 출입구에는 다양한 크기의 택배 상자 수천 개가 탑처럼 쌓인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택배탑을 바라보는 주민들. 이 정상적이지 않은 시츄에이션은 도대체 왜 벌어지게 된 걸까?

문제의 아파트는 3월 말, 단지 내는 도로가 아닌 보도블록이 깔려 쉽게 훼손될 수 있고 주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제한한다고 공시했어. 그러곤 ‘택배 차량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못박았지. 하지만 아파트 측 요구대로 택배 차량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야. 이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2.3m, 택배 차량의 높이는 2.5m. 게다가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냉장용 차량은 2.7m에 달해. 부수고 들어가지 않는 한 진입은 불가능하단 말씀이지.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손수레로 세대 앞까지 화물을 옮겨야 했어. (이것 땜에 하루에 3시간 씩 추가 노동이 발생했대.)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 주민의 안전은 소중하니 차량은 막을게. 하지만 정당하게 택배 배송비를 지불했으니 세대 앞까지 물품 배송 서비스는 해줘~’였던 거지.

지친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앞에서 촛불집회까지 시도하며 지상 주차 허용을 요청했지만 아파트 측은 ‘놉!’을 외치며 끝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았어.

저상 차량을 도입하면 되지 않냐고? 음… 네가 구입해 선물할래? 택배 기사는 택배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즉 차를 바꾸려면 수천만 원을 개인부담으로 충당해야 한단 뜻이야. 게다가 저상 차량은 택배 기사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일반 택배 차량의 화물실 높이는 1.8m인 데 반해 저상 차량은 1.3m야. 요즘 초등 고학년도 이보다는 크지 않니? 때문에 택배 기사들이 저상 차량으로 물건을 배송하려면 90도로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녀야만 해. 근골격계 질환이 안 생기면 이상한 거지. (실재로 저상 차량만을 운행하는 택배 기사 31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근골격계 부담 작업’ 9가지에 모두 노출돼 있었다고 해.)

또한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측의 요청은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성토하고 있어. 저상 차량은 실을 수 있는 물량이 기존 차량보다 적어 물류센터에 여러 번 다시 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하루 안에 일을 다 끝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거지. 기름값도 배로 들고.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특권 의식 내려놓고 공동체 의식 발휘해야

연이어 발생한 아파트 택배 차량 출입 금지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주민의 안전만을 주장하면서 택배 차량을 못 들어오게 하고 정당한 배송비를 지불했으니 물품을 택배 기사에게 가지고 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특권 의식이 아닐 수 없다. 실버택배 등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면서 ‘돈이면 해결된다’는 발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 또한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어.
또한 공원형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 기사에게 추가 노동을 강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

생각해봐~ 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노동으로 고생하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이잖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매달 9번 이상 택배를 시킨대!) 택배가 과로로 멈춘 세상, 상상이 가니? 또한 택배 기사들은 현재 몇몇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 차량을 마치 혐오시설과 동급으로 보는 ‘님비현상’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분노를 표하고 있지. 왜냐고? 통신장비 설치, 조경, 이사 등 작업용 차량은 아파트 지상을 활보하는 걸 허용하는 곳이 대부분이거든. 오직 택배 차량에만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거야.

택배 노조는 또한 현 사태를 택배 기사와 아파트 간의 갈등으로만 해석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어. 실상 코로나19 특수로 막대한 이익을 남긴 건 택배사인데 이들은 뒷짐지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거지.

노조는 저상 차량을 강제하는 곳은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할 것과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을 거부하는 곳은 입주민과 택배사, 택배 기사 삼자가 추가 요금을 부담해 입구까지만 배송하고 다시 별도의 배송 플랫폼을 이용해 문 앞까지 전달하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모두가 만족할 개선책 고민할 때

이번 사태에 대한 네 생각은 어떠니? 아파트 측의 주민 안전 우려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택배 기사들의 과중한 업무도 우려가 된다고? 현자(賢者)일세! 황희정승 환생한 줄~

맞아,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막는 건 어쩌면 아파트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일지도 몰라. 반면 권리만 행사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추가될 노동력과 시간에 따른 비용 손해를 고객이라는 이유로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강요한다면 주먹이 울… 아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지.

지금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지사지 정신이 담뿍 담긴 ‘배려’일 거야. 실상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택배 기사들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주민 대표가 대화 테이블에 나서길 바라고 있어. 일선 택배 기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자신들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문전 택배 서비스를 요구하는 건 이기적인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야.

지상 진입을 허용하되 안전 속도를 준수하고 차량에 후방카메라를 부착해 아이들이 오고가는 걸 확인하며 작업할 환경을 만들어준다든지, 단지 외부나 경계에 택배보관함을 설치해 주민들이 택배를 가져가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오고가야 뭔가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기존에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가 해결한 아파트의 사례를 참고해도 좋겠고.

사는 곳이 내 가치가 되는 세상이 아닌 배려와 이해가 그 척도가 된다면 세상은 참 다른 모습일 거 같다는 생각이 확~ 스쳐지나가네. 특별한 사람은 없어, 모두가 소중할 뿐이지.
이 사태가 ‘알흠답게’ 마무리되면 좋겠다, 신선식품 계속 배달해 묵게~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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