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역사를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모여 이루어지듯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도 과거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역사는 늘 ‘현재진행형’이죠.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를 거쳤어요. 그러나 그 암울했던 35년 동안에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 노력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조선과 일본, 두 나라 모두에서요. 당시의 역사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걱정 마세요,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은 파워 거부하고픈 청소년들을 위해 경기 시흥시중앙도서관 김경남 관장이 다혈질에 나름 생각도 ‘쫌’ 하는 10대 소년 동천이를 데려왔으니까요. 지금부터 동천이의 활약상을 담은 <야만의 거리>를 만나볼까요?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거야 다케다 선생이 일본 사람이니까 자신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내지 아니겠냐.”
“그러니까 일본 섬이 왜놈들에게나 내지지, 왜 우리 조선 사람들한테까지 내지냔 말이야.
난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지.” 거복의 말이 동천의 뒤통수를 때렸다.
미처 생각해본 적 없는 물음이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합당한 질문이었다.
_ 73쪽 발췌
“둥근 세상인데 내가 나의 중심이 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_ 103쪽 발췌
“내가 일본에서 보낸 칠 년은 야만의 세월이었다.
야만이 지배하는 거리에서 야만에 물들지 않으려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동천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독립지사들이 모여든다는 만주를 그렸다.
끝없이 펼쳐진 그 벌판 어딘가에 동천이 생을 바칠 독립단이 응거하고 있을 터였다.
그곳에서 동천은 첩의 자식이라는 출생과 동경 고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죽음과 고난의 다른 예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_ 379쪽 발췌
김경남 관장의 ‘솔직 추천’
야만의 거리
지은이 김소연
펴낸곳 창비
살아라, 살아남아라. 씩씩하게 살아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친구, 홍길동을 알고 있나요? 웬 뜬금포 홍길동이냐고요? 실은 <야만의 거리>의 주인공 동천이도 홍길동과 같은 처지거든요. 때는 일제강점기. 신분제가 폐지되고 단발령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구시대적 관습이 남아 있는 평안도 구성 마을에서 우리 친구 동천이는 양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 서자로 태어나요. 내 나라에 살건만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가야 했고 양반도 천민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동천은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기만 해요. 어디에도 ‘나’는 없는 이방인이 된 느낌.
그러던 어느 해 봄, 마을에 일본 제국주의 소학교가 들어서요. 일본인 교사 다케다는 동천에게 더 큰 꿈을 꾸라며 용기를 북돋우고, 그 격려에 힘입어 동천은 신분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를 꿈꾸며 바다 건너 일본으로 향하죠. 낯선 타국에서 인력거를 끌며 고된 나날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던 동천은 끝내 대학생이 되는 쾌거를 이뤄요.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듯한 동천의 삶에 어느 날 박열이라는 비범한 인물이 쓱~ 들어와요. (맞아요, 영화 <박열>로 유명해진 독립운동가!) 동천은 박열을 통해 난생처음 자신이라는 세계를 넘어 식민 지배에 신음하는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게 되죠.
1923년 일본에서 관동 대지진이 일어나고 수많은 조선인이 이유 없이 학살당해요. 자신의 상사 구마모토 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동천은 박열과 뜻을 함께하기로 결심하죠. 구마모토는 동천에게 “반일본인으로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왜 반도인으로 감시당하는 삶을 살려고 하나?”라는 질문을 던져요. 동천이의 매력 넘치는 대답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책으로 달려가기 고고!
덤BOOK 덤BOOK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지은이 이금이
펴낸곳 사계절
삶을 통째로 바꿔버린 한마디의 무게
작은 시골 마을의 17세 소녀 수남은 18세가 된 자작의 딸 생일 선물로 팔려 경성으로 온다. 그 뒤 국경을 넘고 대륙을 횡단해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 땅에 다다랐다 돌아오는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겪게 된다. 채령 또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 독립운동 가담 혐의를 받고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채령의 삶을 대신해 살게 된 수남. 두 주인공은 신분과 성별, 배움과 문화, 민족과 인종 등 파도처럼 덮쳐오는 온갖 장애를 뛰어넘으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위안부 문제, 임시정부, 광복군, 백범 김구 이야기까지. 드넓은 시공간과 인물을 아우르는 두 소녀의 삶의 여정은 한 편의 장대한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 다양한 책과 만나기 딱 좋을 나이지만 좋은 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서관장에게 ‘바로 지금’ ‘중학생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서관장 추천 중학생 도서’를 통해 입시나 학습을 넘어 읽는 자체로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보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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