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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983호

EDU TALK | 소소(笑笑)한 일상 나누기

일상이 시트콤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TAKE #1. 아빠의 한 방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한 달간 준비한 아들의 고입 면접이 드디어 내일. “엄마~ 도시락은 냄새 안 나는 걸로 싸~ 대기실에 다른 친구들도 있으니까.” “엄마~ 물도 따뜻하게!” “엄마~ 내가 입고 갈 바지 빨아놨지!” “엄마~” “….” ‘엄마’ 한 번에 ‘참을 인(忍)’ 한 번을 되뇌며 최대한 미소로 화답하려 애썼습니다.

“엄마~ 냉장고에 찹쌀떡 어디 갔어?” “먹었는데.” “왜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먹어?” 참을 인 포기. “그 많은 찹쌀떡 혼자 다 먹으려고 했어? 잘됐다.~ 내일 도시락도 찹쌀떡 싸가고 앞으로 삼시세끼 떡만 먹어!” 고성이 오가며 밤은 깊어갔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남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식이 뭔지. 추운데 긴장까지 더해져 체하면 어쩌나, 죽을 끓여 보온 도시락에 담았습니다. 따뜻한 보리차와 좋아하는 바지도 미리 준비해놓고. 아들은 밤새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며 부산을 떱니다. 천천히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아빠한테까지 서두르라며 핀잔을 주고 말이죠. 면접장까지만 참자….

“으악! 나 수험표 놓고 왔어!”라는 무시무시한 괴성. 자동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남편 왈 “우리 아들 많이 긴장했나 보네. 괜찮아, 돌아가서 가져오자.” 이런 성인을 봤나. 집으로 가 수험표를 챙긴 뒤 다시 출발. “아빠, 무조건 8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해.” 자기 덕분에 늦어져 30분 도착도 가능할까 말까인데! 그 말에 남편은 아들에게 조용히 강펀치를 날렸습니다. “OO야, 그렇게 급하면 어제 출발하지 그랬어~”


문제의 수험표. 다행히 아빠의 신들린(?) 운전 솜씨 덕에 면접장에 늦지 않게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TAKE #2. 그 마음이 내 마음?

수능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매년 만점자는 나오더군요. 그 친구들의 공부 비결은 어김없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기 마련이고요. 공부도 재능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또 내 아이가 그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꾸 수험생 공부법이나 성적을 끌어올려준다는, 읽고 나면 허무한 비책(?)이 담긴 기사에 눈길이 가는 건 이제 예비 고3맘이 됐기 때문이겠지요.

어라? 이번 수능 만점자는 매년 보던 거와는 좀 다르네? 세상에~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에 아침 일찍 가서 1시간씩 독서를 했다고? 그렇게 책을 읽은 내공이 쌓여서 수능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별명이 ‘칸트’? 와우~ 장하구먼! 이 친구 어머니는 전생에 나라를, 아니 지구를 구하셨나 보군.

이런 훌륭한 선배의 스토리가 담긴 기사를 아깝게 나만 볼 순 없지! 얼른 링크를 복사해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울 아들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길~’이라는 애교 섞인 메시지도 함께 날렸죠. 잠시 뒤 날아온 답, ‘엄마도 참고하셔~’ 함께 온 링크를 열어보니 고졸 출신에 대기업 임원까지 해내고 지금은 정치에 입문한 중년의 여성의원 이야기가 열리더군요. 하….


이런 걸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하는 것인가?


TAKE #3. 코로나19가 가져온 웃픈 장면

코로나19 격상으로 학원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현장 강의가 불가능한 수업은 모두 영상으로 대체됐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에 백 번 공감합니다만 학원에 가지도 못하는데 수업료를 종전과 똑같이 받는 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그것도 한 반에 50명 이상이나 되는 대형 강의에서 말이죠.

학원 측에선 ‘미리 찍어둔 영상이 아닌 현장 강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니 와서 듣는 것과 똑같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아니, 아무리 스타 강사라지만 이래도 되나요? 실시간 영상 강의라도 어쨌든 영상 아닙니까?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혹시 딴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참고 자료는 제대로 푸는지는 모두 집에 있는 학부모가 확인할 몫이 돼버렸는데 어떻게 같냐고요~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학원에 항의 전화를 한 학부모가 있었나 봅니다. 강사가 화면에 등장하더니 “XX야 채팅창에 강의 참석했는지 응답해! 그리고 내가 중간중간 너한테 질문할 테니까 답변 다 올려! 자꾸 어머니한테 전화 오게 할래? 왜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냐고!? 어쭈? 아직도 답을 안 올려?”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이게 뭔가 싶어 아이와 보고 있는데 강사를 말리는 조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그 친구 월·금반인데요. 지금 강의는 화·목반이에요.”


언제쯤 수업이 ‘토크쇼 영상 보기’에서 현장 소통의 ‘면대면’으로 진행될 것인가.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커나가는 자녀들과 생활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해프닝도 마주하게 되죠.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거나, 속을 알 수 없어 눈물이 나거나, 어느새 다 자랐나 싶어 기특함도 느껴집니다. 소소하지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부모들의 해우소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메일(lena @naeil.com)로 보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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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TALK | 소소(笑笑)한 일상 나누기 (2021년 01월 06일 9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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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 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