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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호

2020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20 | 심유나

“입시 미술 벗어나니, 철학과 예술, 미디어콘텐츠가 보였어요”

눈앞에 놓인 도화지와 미술 도구들이 내 손놀림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철학 사상과 영상 제작에까지 마음을 뺏겼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학년 심유나씨는 입시 미술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자 문화예술과 콘텐츠 미디어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술-철학-예술-영상-콘텐츠로 확장하며 여전히 자신의 꿈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유나씨를 만났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심유나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서울 숭의여고 졸업

미대와 미디어 사이에서 방황하다 찾은 콘텐츠 기획의 꿈

“고2 후반까지만 해도 미대 진학이 목표였어요.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분야였고, 재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죠. 입시 미술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막상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미술을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역사와 철학, 예술처럼 스토리나 배경에 더 끌리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입시가 코앞인데, 이래도 될까 당황스러웠죠.”

주변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담임 선생님을 수시로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긴 고민 끝에 지원 학과를 인문사회 계열로 바꾸는 게 쉽진 않았지만,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학교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부분에서 힘을 얻었다.

“원래 무슨 일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미술 입시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수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다행히 저는 수학 공부를 꾸준히 했어요. 골고루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철학이나 미디어콘텐츠 쪽으로 희망 학과를 바꿨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면서 스토리로 엮을 만한 활동을 그동안 제법 많이 했더라고요. 하하.”

글쓰기가 좋아 교내 백일장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했던 일, 과학 체험 활동 시간에 기후 변화를 주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든 일, 영어 시간에 영미문학 원서를 읽고 원작과 영화를 비교 분석하는 PPT를 만들어 발표한 경험에 이르기까지 3년간 흘린 땀과 노력이 학생부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친근하고 편안한 리더로 학생회 변화 이끌어

무엇보다 유나씨의 고등학교 생활을 활기차고 행복하게 지탱하게 한 건 학생회 활동이었다.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값지고 소중했다.

“1학년 땐 학생회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중학교 전교회장을 했던 경험 때문에 등 떠밀리듯 1학년장을 맡게 됐어요. 2학년 때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그때부터 학생회가 제 삶에 확 들어와 박혔죠. 축제를 비롯해 학교 안팎의 다양한 행사를 책임지고 맡아 치르면서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어요. 리더의 역할에 대해 진짜 많이 고민한 시기이기도 해요. 실제로 학생회 친구들과 이런저런 갈등 상황에 놓일 때도 많았는데, 강한 카리스마보다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위기들을 잘 넘겼죠.”

유나씨가 처음 만난 학생회는 선후배 간 서열이 강할 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형성된 그룹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위계의 벽을 허물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대대적인 혁신을 감행했다.

“학생회를 대표하는 이름뿐인 리더가 아니라 두 그룹을 하나로 아우르는 진정한 대표가 되고 싶었어요. 다행히 학생회 부장들은 이미 저와 지난 1년간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많아 의견이 다른 두 그룹 간에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을 많이 줬어요. 우선 회의 시간에 의자 대형부터 바꿨어요.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모두가 편히 대화할 수 있도록 의자를 원형으로 배치했죠. 의견을 밝히기 어려워했던 후배들에게 발언 기회를 보장해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도록 했고요.”

위계의 벽을 허물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쏟아지며 역동적인 회의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그동안 틀에 박혀 기계적으로 진행해온 학생회 캠페인 활동도 학생 참여 중심의 참신한 형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학생회의 이런 변화를 지켜본 교사들은 유나씨를 ‘역대 총학생회장 중 의사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생활과 윤리> 시간에 만난 예술 철학과 사상가에 매료돼

예술 철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건 3학년 <생활과 윤리>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윤리와 철학적 이론을 적용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과 사상가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철학의 재미를 만났다.

“‘예술과 윤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해 수업 시간에 발표했어요. ‘르네 마그리트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철학을 한다고 믿었다’는 구절을 접하면서 미술이나 예술, 그리고 철학을 아우르는 개념은 ‘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생활과 윤리> 교과서 안에서 접한 도덕주의와 심미주의 개념을 더 깊이 파고들며 공부하고 싶었죠.”

‘표현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예술과 미디어콘텐츠는 공통점이 많았다. 예술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탄탄히 쌓으면서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도 자라났다.

“가짜뉴스가 우리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 과제연구를 시작했어요. 어려운 논문들을 찾아 읽으며 핵심을 짚어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제 독해력은 몇 단계 성장한 것 같아요.”

SNS에서 가짜뉴스를 찾아 기사에 취재원과 언론사 이름이 빠져 있는 걸 확인하고 유형별로 분석해나갔다. 가짜뉴스 방지를 위한 규제 수단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일 등 다른 나라의 방송법까지 뒤지며 과제연구를 이어나갔다.
“자율보고서를 만들어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어요. 발표가 끝나고 친구들의 박수를 받는 순간, 다른 보고서 발표 때와는 달리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미술에서 출발한 유나씨의 열정이 예술과 철학을 거쳐 미디어콘텐츠로 진화를 거듭하는 순간이었다.


미술 음악 철학… 예술 즐기며 사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고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는 자주 못 가지만, 2주에 한 번씩 홍대 쪽에서 과 선배들과 친구들을 만나요. ‘청춘’과 ‘중앙’에서 이름을 딴 학과 동아리 ‘청충앙’에서 활동하고 있거든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는 모임인데, 저는 원고를 작성하는 작가 역할을 맡았어요. 아직 참여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미술 음악 영상 문학 철학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습니다.”

그 틀이 영상이든 언론이든 미술이든 철학이든 관계없이 앞으로도 예술을 즐기며 사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아직 직업을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 회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그것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에게 미안할 만큼 고등학생 땐 끊임없이 스스로 의심하고 불안해했어요. 아마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든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 안전하게 갇히고 싶진 않아요. 불안해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에게 격려와 칭찬을 듬뿍 하며 지낸답니다. 공부하기 힘들고 몸과 마음이 지친 후배들에게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생회 1학년 회장으로서 대의원회와 교장 선생님과의 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학교장에게 전달해 의미 있는 소통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Ⅰ> 영미문학 원서를 읽고 영어 PPT를 만들어 영화와 비교 분석하는 발표를 함. 원서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준비 과정에 들인 노력이 현저히 드러나는 매우 탁월한 발표였음.
<과학교양> 방송과 정치의 유착관계를 주제로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연구 활동을 진행. 우수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갖췄으며, 급우들이 좋아하는 예능 방송을 적절히 활용해 무거운 주제의 내용을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서울시교육청에서 주최하는 ‘2018 왁자지껄! 학생 자치를 위한 700인 원탁 토론 한마당’에 참여해 학교에서 수렴한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민주적 효능감을 느낌. 과학 체험 활동으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그린에너지의 확산을 촉구하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협동해 제작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술창작> 미술사에 관심이 많으며 조선-근대 미술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지님. 소묘에 사용된 연필과 색연필의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대상의 명암을 잘 표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함. <세계지리> 브렉시트 협상과 함께 얽혀 있는 국제 영토 분쟁의 내막을 알아보고자 영국과 스페인의 지브롤터 분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와 배경을 밝히고 해결 방안을 제시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특색을 살린 졸업 앨범을 위한 ‘테마 앨범’ 제작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덕수궁에서 진행한 조별 사진과 학급 사진 촬영을 주도함. 그 과정에서 친구들 간에 복장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이를 원만히 해결해 촬영을 마칠 수 있게 기지를 발휘하는 등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줌. 강한 책임감과 성실함, 따뜻함과 능력을 겸비한 최고의 회장이란 평가를 받음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예술 철학에 대한 관심과 가짜뉴스에 대해 주제 연구한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예술 철학 분야로 관심이 확장된 계기가 3학년 <생활과 윤리> 수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좋아하는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1등급을 받기로 결심한 부분, 그 과정과 노력을 설명.

▒ 2번 교내 활동 학생회 안에 뿌리 내리고 있었던 낡은 관습을 바꾸고자 했던 경험, 행사 진행의 기둥 역할을 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했던 일, 민주적인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선한 경험 등을 정리했다.

▒ 4번 지원 동기와 노력한 과정 작품 속에 메시지를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경험과 미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철학과 콘텐츠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설명했다. 교내 백일장 대회 산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고흐와 나와 방’을 쓰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기획에 대한 열정 등을 피력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재능 많았던 만큼 진지했던 진로 고민의 과정”

총학생회장으로 워낙 이름이 알려진 데다 미술 실력이 뛰어나 학교에서 꽤 유명했어요. 3학년 때 우리 반이 된 걸 알았을 땐 ‘잘 지도해 서울대 미대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유나가 진로 문제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술뿐 아니라 사회, 역사, 문화, 철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갖고 있는 재능이 참 많은 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리더를 맡고 있으면서도 사소한 일도 혼자 결정하는 일 없이 친구나 선생님과 상의하는 겸손한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왜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은지, 선생님들이 왜 유나 칭찬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1학년 <실용영어> 시간에 인터뷰 토크 형식의 상황극을 영어로 진행했는데, 실제 미국의 TV 토크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연기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모습도, 프로그램을 섬세하게 연출하고 기획하는 PD의 모습도 다 잘 어울리는 유나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_ 3학년 담임 정근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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