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립 논현도서관은 ‘아담·깨끗·쾌적’ 삼박자를 두루 갖춘 문화 공간이다. “청소년들에게 독서와 학습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픈 꿈이 있었다. 드디어 지난 8월 12일 낡은 도서관을 고쳐 재개관했다. 기존 열람실의 명칭을 ‘집중 학습실’로 바꾸고 책걸상도 모두 교체했다. 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학생들이 도서관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정의 관장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전언이다. 황 관장은 “지금같이 답답한 상황일수록 서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따뜻한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위안을 주길 바란다”며 도서 <말의 품격>을 추천했다.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1분 맛보기
말의 품격
지은이 이기주
펴낸곳 황소북스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같다…그 언어의 물결에 진심을 실어서 보내면, 상대가 그걸 확인하는 순간 상처가 마모되거나 뭉툭해질 수도 있다.”
_56쪽 발췌
“말에 두려움이 담겨 있으면 불현듯 공포가 엄습하고 재미가 있으면 눈길을 끌어당긴다. 그뿐이랴, 꿈이 가득하면 종종 가능성이 뒤따라오고 말 한마디에 사랑이 녹아 있으면 언젠가 사람이 다가온다.”
_99~100쪽 발췌
“소리는 고막을 두드리며 몸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소음은 고막을 찌른다. 소음이 들쑤시면, 사람들은 귀를 틀어막는다. 소음은 스며들지 않고 금세 소멸한다. 가끔은 내 입술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가 말 그대로 소리인지, 소음인지 찬찬히 되짚어봄 직하다.”
_177쪽 발췌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_197쪽 발췌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품격 있는 ‘나’로 변신!
어느 날 갑자기 꿈에 신령님이 나타나 “너에게 딱 한 가지 재주를 선물하겠다. 셋 셀 동안 말해!”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능력을 달라고 하고 싶나요? 전 망설임 없이 바로 답할 수 있어요. “말 잘하는 능력이요!” 말을 잘한다는 건 화려한 언변을 구사한다는 것과는 달라요.
내 말이 누군가에게 꽃이 돼야지 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소신이 있어야 품격 있는 말을 할 수 있죠.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품(品)’ 자를 보면 입을 뜻하는 ‘구(口)’ 자가 세 개 모여 있죠? 내가 내뱉은 말이 쌓이고 쌓여 나만의 품성을 이룬다는 의미가 되죠. 어떤가요, 갑자기 말의 무게감이 느껴지나요?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느님’, 국민MC 유재석은 ‘말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산증인이라 할 수 있어요. 시청자들은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며 그가 한 말 속에 깃든 진정성과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을 인정했죠. 그간 수많은 꽃미남 스타가 반짝였다 사라졌지만 유재석이 독보적으로 최상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건 온전히 ‘말의 품격’ 덕분 아닐까요?
내성적이고 말 주변이 없어 고민인 친구, 누군가의 말로 상처받아봤거나 혹은 상처를 주고 괴로웠던 친구, 말의 품격을 높이는 비법을 알고 싶은 친구라면 <말의 품격>을 꼭 읽어보길 바라요. 프랑스의 한 카페 메뉴판에는 ‘커피!: 7유로’ ‘커피 주세요: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주세요: 1.40유로’라고 적혀 있대요. 엄청난 말의 힘이죠? (웃음) 외출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요즘, 우리 서로 고운 말 예쁜 말 쓰며 서로에게 위안이 돼주기로 해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 도서
말 그릇
지은이 김윤나
펴낸곳 카시오페아
비울수록 채워지는 그릇이 있다?
누구나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결국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말에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죠. 꼭 필요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친구, 적절한 때에 입을 열고 정확한 순간에 침묵할 줄 아는 친구, 말 한마디에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친구. 이런 친구들이야말로 정말 매력이 넘치지 않나요? 말 그릇을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비법이 궁금하다면 pick!
마음을 담다, 참 괜찮은 말
지은이 김정기
펴낸곳 시간여행
가장 나답게 하는 말
이 책은 ‘나를 나답게 하는 말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며, 나만의 말 습관을 바꾸기 위한 5가지 실천 방법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대화하는 3가지 방법을 알려줘요. 사람은 나만의 언어를 구사할 때 빛이 난데요. 진정한 나다운 말을 구사하려면 어떤 말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내면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책은 강조하죠. 나다운 말이 뭔지 궁금하지 않나요?
황정의 관장
서울 강남구립 논현도서관 관장. 강남구가 주최하는 북토크, 북콘서트 행사의 전문 진행자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은 책을 안 읽는다’는 기성세대의 한탄을 거부하며 청소년에게 권하고픈 책을 발굴해 ‘학교로 찾아가는 저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어린이 영어 독서 클럽’과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글쓰기 교실’도 운영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도서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 다양한 책과 만나기 딱 좋을 나이지만 좋은 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서관장에게 ‘바로 지금’ ‘중학생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을 통해 입시나 학습을 넘어 읽는 자체로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_편집자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