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면 큰아이는 중3, 작은아이는 초6이 된다. 두 아이가 같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셈이라 고민이 크다. 내게 중국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 때 겪는 어려움이 크다.
바뀌는 교육 정책에 더 어려운 진학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는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 교육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
큰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때였다. 지인의 자녀가 중학생이었는데 유학 비자 연장을 위한 서류를 받을 때 통역을 위해 동행했다. 그때 큰아이도 6학년이었으니, 외국인 담당 교사에게 중학교 입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는 아이가 초·중·고에 입학하려면 부모 두 명의 거류허가 비자(보통 취업자나 그 가족에게 내주는 비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원래는 부모의 비자가 어떤 유형이든 상관없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갑작스러웠다. 공지는 3월에 나왔다는데,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물론 언론 등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깜짝 놀라 출입국 사무실에 문의하니 모르는 내용이라고 하고, 결국 한국의 시교육청 역할을 하는 교육국에 따로 확인했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이우 한인상인회에 알려 해결 방안을 모색해봤지만 교육국 정책으로 내려온 방침을 해결할 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나는 현지 기업에서 일해 취업증과 거류허가 비자가 있었지만 남편은 일반 비자만 있었다. 문제는 부모 중 한 명만 거류허가 비자가 있으면 사립으로 진학해야 하고, 둘 다 없으면 학교 입학이 아예 안 된다는 것. 부랴부랴 해결책을 찾아보니 취업 비자를 갖고 있으면 배우자도 친지 방문 비자로 거류허가 비자를 받을 수 있어, 다행히 아이가 공립중학교에 들어 갈 수 있었다.
다만, 보내고 싶었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입학해 아쉬움이 남았다. 중국은 진학률로 학교 선호도가 갈리는데, 이우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이우 1중에 진학하는 졸업생이 많은 슈후와 쵸초우 청난이 수위를 다툰다. 참고로 중국은 중·고등학교 모두 중학교로 부르며, 고등학교 과정의 학교는 지역 내 제일 좋은 학교가 1, 그다음 2, 3, 4 순으로 이름이 붙는다. 이우 1·2중이 가장 진학 실적이 좋고 선호도도 높은 학교로, 외국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명문 학교에 대한 선망이 큰 중국이지만, 중국에서 8년째 아이들을 교육시키면서 학교보다 담임 교사나 학우들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초등은 6년, 중학은 3년, 고등은 3년 동안 담임 교사와 반 친구들이 바뀌지 않는다.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고생하는 기간이 매우 길다. 지인 중 하나는 버티다 못해 아이를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기도 했다.
각종 우대 정책, 고학력 선호 심화
중국은 경제 발전으로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인재 우대 정책이 더해져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고학력자에 대한 다양한 우대 정책을 펼친다.
예를 들어 이우는 지역내 사회보험에 가입된 직장에서 일하면, 학력에 따라 집을 살 때 40만~80만 위안(한화 약 7천만~1억4천만 원), 임대할 때 4천800~1만2천 위안(한화 약 84만~210만 원)을 일시불로 지원받는다. 큰아이의 친구 엄마는 의사인데 이우 병원으로 초빙돼 계약금 100만 위안(한화 약 1억8천만 원)에 거주할 집과 생활비 일부, 자녀의 학비까지 지원받기로 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년 전만 해도 학업보다 취업을 택한 10대들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일반고에 가길 원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중국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 목적인 직업학교와 대학 진학이 목표인 일반고 중 한 곳을 택해 진학한다. 일반고는 종카오(中考)라는 입시를 치러야 한다. 대입은 우리의 수능과 같은 가오카오(高考) 성적이 중요한 요소다.
대학도 선호도가 확실한데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선망한다. 전공으로 보면 안정적인 교육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사범 계열이나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건축설계·회계 분야의 인기가 여전하고, 제2의 마윈을 꿈꾸며 IT나 전자상업 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모의 희망 직업 1위는 의사, 2위는 교사, 3위는 공무원, 4위는 공기업 직원이라고 한다. 급여가 높지는 않아도 안정적이고 어지간해서는 그만둘 위험도 없는 직업군을 선호하는 것.
그런데 10대가 종사하고 싶은 분야는 좀 달랐다. 1위는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2위는 교육가, 3위는 IT 전문가, 4위는 사업가였다. 인기나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화려한 직업을 원하는 것. 그런데 5위는 군인이었다. 병원에 가면 접수창고 앞에 65세 이상 노인, 군인 우선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군인 우대 정책이 꽤 많은 영향이 아닐까 싶다.
두 아이에게 물어보니 큰아이는 크리에이터, 작은아이는 파티시에가 꿈이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대통령이나 선생님,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시대가 변해가면서 원하는 직업도 변한 것 같다.
조금 더 크면, 새로운 흥미가 생기면 또 달라지겠지만, 두 아이의 꿈을 응원해 본다.
이우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쵸초우 중학교 전경.
이우시의 대학생 취업·창업 지원 정책 안내.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취업 또는 창업을 할때 주택 임대료 혹은 구매 비용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해준다는 내용이다.
10대들의 선호 직업 리서치 결과(출처 바이두). 문화예술 분야와 교육가, IT 전문가 순이다.
중국 China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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