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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5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게임과 BTS, 차 없이 즐기는 대중문화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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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청소년의 핫이슈



한국에서 보낸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동네 어귀나 번화가가 떠오른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거나, 간식을 사먹던 추억 때문. 오가는 사람이 동네 사람이거나, 동네 어른의 지인이니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불안하거나 불편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자유의 나라 미국에 오니 오히려 밖을 다니기 불편하다. 땅이 너무 넓어 차가 없이는 마트나들이도 쉽지 않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미국 10대들은 멀리 움직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빠져 있다. 네트워크 속 대중문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SNS와 게임으로 자유로움 만끽
미국 아이들의 생활 반경은 좁고도 넓다. 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물 한 병 사기 어려울 정도로 실생활에서 제약이 많지만, 지구 반대편의 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만큼 인터넷에서의 활동 반경은 넓다. 이는 미국 아이들뿐 아니라, 세계 아이들의 공통점일 터다. 하지만 차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생활 곳곳에서 부모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미국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통제 없이, 학교 밖을 누빌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자유로움은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10대들은 SNS와 게임으로 주로 소통한다. 고등학생인 딸의 말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미국 10대의 필수품과 같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소소한 자랑거리를 공유하거나 추억을 쌓아나갈 수 있는 소통의 통로이기 때문. 친구의 친구까지 연결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넓어진다. 실제 미국 10대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팔로우를 맺은 친구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단, 친구의 수는 많지만 우정의 깊이는 얇다.
SNS는 스타를 가깝게 만나는 창구이기도 하다. 미국의 10대들은 SNS 스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2세 스타 등의 일상을 엿보는데, 그중 스포츠 스타 특히 풋볼 선수의 인기가 높다. 풋볼은 한국에서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지만 미국 사람들은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선수들에 대한 선망도 크다. 대부분 학교에 풋볼팀이 있고, 리그도 학생리그부터 프로까지 잘 구축돼 있다 보니 SNS에서 이들의 인기는 매우 높다.
게임도 10대들의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미국의 게임 산업은 매우 대중화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데, 그래서 대화에서 게임 관련 내용이 빠지질 않는다. 10대도 마찬가지라, 게임을 안하면 대화에서 소외될 정도다.


“한국인? 나도 BTS 팬이야!”
인터넷이 워낙 대중화된 사회라, 전 세계의 이슈는 물론 다른 나라의 문화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미국의 10대들이 가장 관심이 있어 하는 나라는 아무래도 한국이 아닐까 싶다.
그 중심에는 10대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BTS(방탄소년단)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로 미국 아이들이 점점 더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BTS에서 출발해 블랙핑크 등 다른 한국 대중 가수와 음악의 노출이 잦아졌으며, <굿닥터> <복면가왕> 등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리메이크돼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이들이 늘었다. 유튜브에서는 한국식 메이크업 영상이나 ‘먹방’ 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이나 옷, 먹거리 등 관련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도 많고, 일부 학생들은 심지어 실시간 뉴스까지 찾아본다.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많은 연예인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한국 대중문화가 이 곳에서 ‘핫’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부모들도 자극적인 현지 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한국 문화를 즐기는 자녀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듯한 인상이다.
내게는 참 놀랍고 신기한데, 세상 전체를 연결시켜주는 인터넷 없이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 터다. 거리의 제약 없이 다른 나라들의 문화에 노출이 될 수 있고, 그 문화의 장단점을 깨우칠 수 있어 아이들의 시야를 넓히기 좋은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허나, 그만큼 자유분방한 인터넷 세계에 대한 걱정도 크다. 무엇보다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어 아쉽다. 길에서 보는 아이들은 거의 다 휴대폰만 쳐다본다. 3명이 어울리면서 서로 자기 손만 쳐다보고 말은 하지 않는다. 화면 속 친구가 아니라 눈앞의 친구와의 대화도 소중히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의 정보를 걸러 볼 수 있도록, 부모로서 어떤 가르침을 줘야할지 고민이 된다.







미국 10대들 사이에 BTS는 큰 인기다. 딸이 가지고 있는 BTS앨범과 멤버들의 포토카드.



딸이 사용하는 한국 화장품.
미국에서도 한국 뷰티 제품은 질좋기로 입소문이 났다.



딸아이와 친구들의 우정 사진.
자주 만나지만, 어디서든 SNS로 안부를 물으며 관계를 돈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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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미숙 (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5월 08일 9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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