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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4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내게 너무 소중한 블라디스와 클라우디아




이달의 주제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에라스무스대는 유럽에서도 국제 학생 비율이 높다. 이곳에 와 학교생활을 하며 만난 친구를 소개하고, 네덜란드에서 즐기는 취미생활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세르비아에서 온 내 친구 블라디스
내가 다니는 에라스무스대는 친구들을 만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나라 대학에 비해 많지 않다. 물론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여러 활동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처럼 활성화 돼 있거나 두드러진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소규모 수업, 튜토리얼(Tutorial)을 통해 친구를 사귄다.
블라디스라는 친구와도 조별 과제를 같이하며 친해지게 됐다. 개량경제학에서 경영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21살의 이 친구는 세르비아에서 네덜란드로 유학을 왔다. 많은 유럽인들이 제2, 제3외국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도 모국어인 세르비아어는 물론 독일어와 영어, 러시아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이 친구가 에라스무스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적 특성 때문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럽 안에서도 가장 국제적인 학교인 에라스무스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블라디스는 그동안 유럽인들과 교류할 기회는 많았지만, 국제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도 아시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어떠한 이슈가 있을 때, 그 이슈에 대해 아시안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
내가 이 친구와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 대해 본인의 의견은 분명히 얘기하면서도 상대 나라의 문화와 법질서를 존중해주고 이해하는 모습 때문이다. 사실 다른 외국인 친구와 대화할 때 가장 힘들 때는 문화적 차이를 문화적 차이로 인정하지 않고 본인의 잣대와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할 때다.
블라디스와 내가 어떤 주제를 놓고 의견 차를 보인 일이 있었는데, 바로 길거리 흡연에 관한 문제였다. 나는 블라디스에게 “만약 네가 한국에 놀러 오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블라디스는 “내 돈으로 비싸게 주고 산 담배를 제한적으로 피워야 하는 규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개인의 자유를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버거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라디스는 그 어떤 문화적 특성도 그 나라 고유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친구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만나 근처 학교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나와 블라디스는 네덜란드에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힘든 점을 얘기하면서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블라디스는 한국 음식도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우리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 올겨울에는 같이 한국으로 여행 갈 계획도 세웠다. 앞으로 우리 둘 다 네덜란드에 정착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졸업 이후에도 계속 만나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여친’ 클라우디아와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
우리나라 대학 문화 중에는 소개팅이라는 게 있지만, 네덜란드는 그렇지 않다. 대신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셜 매칭 앱을 통해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많다. 나도 1년 전 네덜란드인 여자친구 클라우디아를 그렇게 만나 지금까지 교제하고 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22살의 클라우디아는 힘든 유학생활 중 내 버팀목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네덜란드 거리는 오후 5시가 넘으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한산하다. 로테르담의 규모 자체가 서울과 비교하면 작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놀이 문화가 정말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클라우디아와 트랙 위에서 운동을 하거나 집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해 영화를 보고, 같이 공부를 하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밖에 나와 야외 식당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에 비해 놀이 문화는 부족하지만, 이렇게 쉬면서 데이트하는 것도 나름 편하고 좋다. 물론 가끔 극장에도 가고 식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한다. 하지만 둘 다 학생이라 자주 즐길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 배분을 적절히 해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행복하고 위로가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세르비아인 친구 블라디스(오른쪽). 내가 숫자로 접근하는 경제학을 좋아하는 반면, 블라디스는 경제심리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에 관심이 많다.



친구들과 처음 간 네덜란드식 노래방이다.
우리나라 노래방처럼 각 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다 같이 즐기는 방식도 재미있다.



클라우디아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스키를 타러 갔다. 네덜란드에는 스키장이 없기 때문에 많은 네덜란드인이 겨울에 스키를 타러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간다. 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 스키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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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박병현 (에라스무스대 경제학) spdlqj3663@naver.com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04월 24일 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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