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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3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신학기 조기 유학생의 과제 ‘소통의 벽’ 뛰어넘기




이달의 주제
새 학기의 설렘 혹은 불안



새 학기, 베트남 호치민의 학교 인근은 아침 저녁마다 오토바이와 차로 혼잡하다. 등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배웅하거나 데리러 가는 것. 지난 10여 년 동안 뜨겁게 치솟은 베트남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엿보인다. 실제 베트남 현지 초등학교는 입학생 수가 급증해 과밀학급이나 교과서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부모의 등을 꼭 붙잡은 채 헬멧을 쓰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성공하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기대와 관심을 체온으로 느끼고 자라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파벳 대·소문자만 구분 가능했던 아이의 국제학교 적응기
둘째 아이가 다니는 호치민의 미국계 국제학교 SSIS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여름방학을 보내고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새 학기 첫날은 대개 수요일이다.
저학년은 학교 적응, 고학년은 입시와 진로가 새 학기의 과제다. 하지만 국제학교 조기 유학생들에겐 절대 피할 수 없는 선결 과제가 있다. 언어, 즉 영어다. 국제학교에 입학했던 당시 아이는 만 다섯 살로, 학교에 가는 것을 정말 두려워했다.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만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급한 마음에 입학 전날, ‘화장실이 어디예요?”와 “이건 내 거야’만 영어로 가르쳤다. 등교를 시키고 집에 가는 엄마를 향해 목이 터져라 울기도 여러 번. 그때마다 교사는 “자연스러운 일이니 당황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돌려보냈다.
다행히 아이는 석 달 정도 지난 뒤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며 어울렸다. 학급 안에서는 한국 아이들끼리도 영어로만 소통하기를 권유하는 분위기였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부터 단어의 형태로 받아들이다 차츰 문장으로 확장해나가면서 이해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에서는 계속 한국어를 쓰고 한글 책을 꾸준히 읽게 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는 모국어를 쓰도록 하라고 거듭 당부했고, 나도 하루 종일 학교에서 모르는 언어를 눈치로 받아들인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한국어 책과 이야기를 통해 어휘력과 이해력이 풍부해지면, 영어 능력도 결국 비슷하게 성장하리라 믿었다. 그 선택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국제학교 수요 많아 입학 문 좁아져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 기업 주재원이 많아졌고, 이들 중 상당수가 중학생 이하 자녀와 함께 이주한다.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를 선호하다 보니 호치민 시내에 있는 국제학교를 찾는 한국인의 수가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경쟁률도 치솟아 10년 전 우리 둘째 아이처럼 알파벳만 알고 입학하기는 쉽지 않다. 조기 유학생들이라도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학교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학교의 부설유치원에 해당하는 Kindergarten 전형에서는 해당 나이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며,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학급 친구들과 조화롭게 수업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SSIS는 Kindergarten 이하의 입학 지원자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놀이와 활동을 관찰하고, 그룹 활동과 개별 수행 과정에서 아이의 사회성과 소통 능력을 평가한다.
초등 이상의 학생들은 MAP Test(한국의 모의고사와 비슷한 학력평가)로 영어와 수학 학습 능력을 평가하고, 영어 작문도 테스트한다. 입학 시험은 학교마다, 학교의 상황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입학 지원서의 종류와 형식, 교내의 분위기와 시스템 등도 학교마다 차이가 있어 지원하기 전 어느 정도 파악한 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학교 홈페이지의 예약 코너나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사전 약속을 잡은 뒤 방문 상담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원활한 상담을 위해 방문에 앞서 학비나 스쿨버스, 급식과 교과목 커리큘럼 등 궁금한 점을 정리해두길 추천한다.
호치민에서도 규모가 큰 SSIS, ISHCM C, BIS, ABC, AIS 등의 국제학교는 한국인 담당자를 고용하고 있어 편하게 학교 투어나 입학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우리 집 두 아이는 꼬꼬마 시절 베트남이라는 낯선 나라에 와서, 여러 국적의 아이들이 뒤섞인 환경에 던져져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시기를 거쳐야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적응했고,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막막했고, 두려웠을 것이다. 안타깝고 미안한 순간도 많았다. 엄마로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안아주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천천히 적응해나가는 것을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
새 학기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라온 아이들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 시간을 통과하며 아이들도 나도 그만큼 자라고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오토바이로 혼잡한 호치민 거리. 등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은 늘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붐빈다.



국제학교 ISHCMC의 학교 안내자료. 학교마다 입학 원서 양식과 요구 서류가 달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저학년들은 학기초 등교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찾아 보드에 붙이는 연습을 한다. 자기 물건을 스스로 정리하는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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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영(베트남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4월 17일 9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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