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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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2호

REPORTER'S DIARY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대들에게

나무들은 꽃샘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둣빛 잎을 내고 가장 고운 빛의 꽃을 피운다. 햇살도 바람과 상관없이 따듯함을 펼친다. 온 천지가 봄인데 정작 ‘청춘’인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간고사. 봄에게는 관심 둘 여력이 없다는 듯 바쁘고 팍팍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제목의 웹툰이 다 있을까.


얼마 전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정독’했다. ‘정독’은 정보 획득을 위해 꼼꼼하고 자세하게 읽는 독서법을 뜻하지만, 정독이란 말을 쓰고 싶을 만큼 드라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깊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한 주인공 혜자는 현실과 과거 속 아픈 기억과 행복한 기억을 오간다. 그 과정 속에서 살아오며 몰랐던, 숨겼던, 모른 척했던 사실과 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드라마는 삶의 어떤 모습도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에는 이청준의 <축제>·장자의 <장주지몽(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자기가 나비인지 나비가 자기인지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천상병 시인의 <귀천>에 담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이 녹아 있다.


마지막, 혜자가 세상 소풍을 마치고 떠나며 자신의 삶에 보낸 찬사를 봄을 잊은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넌 늘 눈부셔.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봄이 주는 축복은 똑같아.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가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학교와 학원… 쳇바퀴 같은 하루라도 평생 단 하루뿐인 오늘,
평생 단 한번인 올해의 봄을 한껏 즐기고 열심히 살아야지.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인생의 봄을 지나는 초록빛 너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 말이야.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누군가의 아들·딸이며 형이고 누나이며 동생인 그리고 너 자신인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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