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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입학 전 ‘수업 체험’ 흔한 프랑스 중학교




이달의 주제
새 학기의 설렘 혹은 불안



프랑스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입학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7 ~8월 두 달간 보내는 길고 긴 여름방학은 새 학년 준비 기간이다. 3월 개학을 앞두고 겨울방학 내내 새 학년 준비를 했던 한국과 비교하면, 계절이 반대일 뿐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중학교 입학, 초간단 혹은 시간 싸움
프랑스에서 아이의 중학교 진학은 한국처럼 신경 쓸 것이 많지 않다. 공립학교 진학은 매우 간단하다. 거주지 주소에 따라 학교가 배정되며, 같은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보면 아이가 다닐 중학교를 짐작할 수 있다. 봄부터 아이가 학교에서 안내한 입학에 필요한 여러 서류 목록을 가져오며, 가족사항이나 주소 같은 정보를 기입하고 부모의 서명을 더해 돌려보내면 된다. 몇 차례 서류가 오고가면, 학생들은 여름 방학 전에 학교를 배정받는다.
입학할 학교가 정해지면, 학교로부터 입학 서류를 받는다. 아이가 학교 내 학생식당에서 매일 급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갈 것인지, 한 끼 식사 가격은 얼마인지 등 중학생활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내 다양한 스포츠클럽 활동도 소개한다.
단, 배정받지 않은 공립학교나 사립학교에 진학을 원하면 절차가 조금 번거롭다. 배정되지 않은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고 싶다면, 학교를 골라 지방교육청에 입학 허가를 따로 신청한 후 선택 이유를 명확히 제시한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학교에 직접 접촉해야 하는데, 대개 교장과 면담한 후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입학 여부가 결정된다.
두 경우 모두 시기를 유의해야 한다. 공립학교의 입학 관련 행정 처리는 일정 기간 내에만 진행된다. 너무 빨리 신청하면 응답이 없고,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 교육부의 연간 일정표를 꼭 참고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1월 초부터 새 학년 신입생을 모집하는 곳이 많은데, 인지도가 높은 곳은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 대기자가 될 수 있다. 입학이 무산될 수 있어 다른 학교도 알아봐두는 것이 현명하다.
참고로 프랑스 중학생 10명 중 2명은 사립학교에 다닌다. 학비는 연간 300~900유로로, 가톨릭 재단의 학비가 낮고 대도시일수록 비싸다.


중학교도 입학 전 학교 설명회 참가
학부모 입장에선 진학 절차가 신경 쓰이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새 학교생활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프랑스 초등학생들에게는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배정 예정인 중학교를 방문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중학교 곳곳을 둘러보고, 한두 개의 수업에도 참여한다. 딸은 중학교에 다녀와서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덜 무섭더라, 수업 시간은 더 조용한 것 같아. 중학생들이 다 친절해 보였는데, 옆자리 언니가 나한테 질문도 하고 수업 시간에 학용품도 빌려주더라”라며 한결 긴장을 덜었던 기억이 있다.
학부모들은 매년 봄 학교 설명회(Journee portes ouvertes)를 통해 미리 학교를 찾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프랑스 학교는 안전 등을 이유로 평소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지만, 이때만큼은 예비 신입생과 학부모를 위해 빗장을 푼다. 재학생들은 가이드로 변신해 학교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과 행사를 알려준다.
다양한 교내 클럽도 이날 접할 수 있고, 교사들은 중국어와 같은 제2외국어 일일 수업을 하며 학교의 특색 활동을 선전하기도 한다.
사립과 공립을 두고 고민하는 부모에게는 여러 학교를 속속들이 알아볼 절호의 기회이고, 학교 선택에 큰 고민이 없더라도 자녀의 미래 중학교 생활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행사다.


한국에서도 그렇듯 프랑스에서도 중학교 진학이나 입학에 학부모들이 신경 쓸 일은 많지 않다. 하물며 프랑스는 교복조차 입지 않는 학교가 대다수고, 브랜드보다 스타일을 중시해 경제적 부담도 생각보다 적다. 학교에서는 신체 노출이 과도하거나 너무 편한 트레이닝 복 등 최소한의 격식을 벗어난 옷차림은 금지하지만, 학생들은 복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마음껏 누린다. 교복이 당연한 나라에서 자란 내가 ‘자유’의 나라 프랑스를 느끼는 또 하나의 지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딸의 중학교 진학 과정에서 배려를 느꼈다. 간편한 서류 절차는 물론, 학교 설명회나 방문의 날은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에 진행되며, 학교별 날짜도 달랐다. 예비 학부모들이 편리하게 진학 절차를 밟고, 자녀와 함께 도시 내 여러 학교를 둘러볼 수 있게 한 것.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고 누리는 이면에, 사회 구성원이 최대한 소외되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려는 프랑스 사회의 시스템이 ‘진학’에도 녹아 있는 것 같다.







딸아이의 학용품 중 일부. 학교에서 입학생이 쓸 학용품 목록을 나눠주면 구입한다. 공책 규격, 공책의 장 수, 볼펜 색깔 등까지 자세히 명시돼 있다.



프랑스 학교는 교복이 따로 없다.
인근 중학교 여학생들의 옷차림.



프랑스 중학교는 예비 입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설명회를 진행한다. 행사에 참가한 재학생들이 경험을 상기하며 만든 교내 학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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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미란 (프랑스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3월 27일 9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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