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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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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별 진로 설계를 고려한 학교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대학 수시 입시가 끝나자 다양한 연수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학부모 대상도 있고, 교사 대상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연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학을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자리다. 그 자리는 언제나 북적인다. 가장 인기 없는 자리가 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연수다. 언제나 빈자리가 많다. 학생과 학부모도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배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당연히 국어, 수학, 영어를 잘 배우고 수능에서 자신이 선택하는 과목을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중에 지난 12월 14일,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학생별 진로 설계를 고려한 학교 교육과정’ 포럼을 열었다.

‘학생별 진로 설계를 고려한’이라는 의미는 학생 개인의 진로를 중시하고, 진로 방향에 맞게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의미다. 진로를 고려해 학교에서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선택권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의 공부를 대학 가는 일로 국한해 단순하게 답할 때 “대학 가는데 수능 과목에 집중하면 되지, 선택이 뭐 중하냐?”고 말한다면 선택은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 박준민 입학사정관은 “대학은 소수 선택 과목이라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도전적으로 선택해 성적이 나빠진 학생도, 혹은 학교 여건상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기에 과목 선택에 한계가 있었던 학생도 모두 그 여건을 고려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극복했는지 정성적으로 판단해 선발하는 전형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선발한 학생이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공개되지 않은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가는 일에도 과목 선택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중석에서 마이크를 잡은 경북 풍산고 이준설 교감은 “우리 학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학교인데, 그동안 수능 중심으로 방향을 세웠지만 이번 졸업생은 입학할 때부터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방향을 세워 지도한 결과 전교생의 30%가 수시에 합격해 수능으로 진학할 때보다 결과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 선택 과목 이수가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대학에서 더 강하게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대학은 오래 전부터 이 말을 해왔다. 그도 알면서 한 이야기다.

발제자인 동일여고 오창민 교무부장은 “200명이 같은 과목을 이수하면 1등급 인원은 8명이고 이들이 세 과목을 이수할 때 1등급은 연 인원 24명이지만, 학생이 희망하는 모든 과목을 열어두고 세 과목을 선택하게 했더니 2학년 1학기에 1등급은 28명, 2학기에는 27명이 나오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 같은 현상은 2, 3등급에서도 동일하다”며 소수 선택 과목을 이수하면 등급이 불리해질 거라는 생각은 기우라고, 소수 선택 과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웠다고 했다.

또 한 명의 발제자인 충남 논산대건고 박진근 교사도 학교 교육과정 담당자이지만, 입시 전문가답게 접근했다. 논산대건고는 내신 경쟁이 심해 수능 준비가 대세라 하더라도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 방식으로 지도해야 역량이 커지고, 입시 결과도 수능에만 매달리지 않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도 동일여고처럼 1, 2학기에 같은 과목이 개설되어 학생이 선택한다. 예컨대 세계사를 2학년 1학기에 선택할 수도 있고, 2학기에 선택할 수도 있다. 이것이 입시 결과를 좋아지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생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도 크다.

대구 수성고 김차진 교장 역시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변화를 추진한 사례를 제시했다. 동일여고와 수성고는 <미즈내일>의 ‘교육과정 우수 고교에 가다’ 기사를 통해 이미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전국진로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인 박정근 교사는 “일반고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경기도만 해도 3.6%인데, 이는 특성화고 학생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이라며 “이들은 특성화고가 미달인데도 일반고로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학교에서 진로 지도를 잘해야 하지만, 일반고 역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고는 다양한 학생들을 맡아 모든 학생을 잘 길러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누구나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 학교와 교사는 가시밭에 새 길을 내도록 학생을 이끌고, 학생의 성장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를 한다. 이런 현실을 앞에 두고 당국도 ‘주마가편’을 내세우지 말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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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CLOSING (2018년 12월 26일 8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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