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Profile’ ‘학교 소개 자료’ ‘고교 정보’ 등 다양하게 불리는 고교 프로파일은 대입 평가에 얼마나 활용될까. 고등학교를 소개하는 자료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전자문서로 대학에 제공하는 공통 고교 정보나 고등학교가 책자로 제작해 대학에 제공하는 고교 프로파일, 학교 알리미 사이트 자료 등이 있다.이 중 고등학교는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대학 입학사정관에게 학교의 장점을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내용 구성뿐 아니라 컬러풀한 색상, 디자인까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골몰한다. 연중 대학 입학부서로 배달되는 우편물 중 가장 많은 것이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이다. 심지어 교사가 대학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수고로움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의 활용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우선 서류평가 시스템과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가 시 활용하려면 전자문서화되어야 하는데, 책자를 일일이 스캔해 탑재하기란 쉽지 않다. 꼭 자료가 많다고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짧은 평가 시간 내에 입학사정관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압축된 형식이어야 한다. 고교 프로그램 등 매년 변경된 사항을 축적·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평상시 교사와 직접 대면한 일부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모든 입학사정관에게 알리기란 쉽지 않다.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은 학생부 종합 전형 평가에 직접 활용하기도 어렵고, 정보 가공도 쉽지 않으며, 축적도 어렵다. 잘 활용되지도 않는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은 노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고교 프로파일 자체가 대학의 평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고, 매년 자료 갱신에 많은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 될 일이다. 고교에게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을 지양해야 한다. 고교도 더 이상 만들지 말고, 대학도 요구하지 말자. 대학이 받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자.
대신 대교협이 매년 대학에게 전자파일 형식으로 제공하는 공통 고교 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대교협이 제공한 공통 고교 정보는 고등학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게 입학사정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자파일 형식의 공통 고교 정보에는 신입생 선발 및 배정 방법, 학부모 특성이나 학교·지역 환경, 학교 교육 목표와 운영 방침, 교과별 특징 등과 같은 교육 환경과 구성원의 특징, 중점 교육과정·심화 과목·공동 교육과정·특색 사업 등 교육과정 운영 현황, 정규·자율동아리 현황, 수상 내역 등 학교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가 압축적으로 총망라되어 있다. 공통 고교 정보가 전자파일 형식으로 되어 있어 서류평가 시스템에 탑재가 용이하고 필요한 자료만 선택할 수 있어 정보 가공도 쉽다. 매년 축적도 가능하다.
실제 종합 전형 평가 과정에서 대학은 공통 고교 정보를 통해 학교 소재지나 지역 환경, 신입생 선발 방식 등 교육 환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과별로 학생 중심 수업이나 과정 중심 평가 방법이 기록되어 있어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과학 Ⅰ·Ⅱ 총 8과목을 모두 이수한 학생이 중점 교육과정 이수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소인수 과목을 이수해 학생부에 ‘00’으로 등급이 표기된 학생이 공동 교육과정으로 성적을 취득했음을 살필 수 있었다. 또 이름만 가지고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상이나 동아리를 수상 내역이나 동아리 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교협이 일정 서식으로 지정한 공통 고교 정보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학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교 프로파일은 입학사정관이 학생부를 바르게 이해하는 해설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학교 평가가 아니라 학생 평가에 목적을 둔다. 학교의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자료다. 고교와 대학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비효율적인 책자용 고교 프로파일 대신 대교협이 매년 제공하는 전자문서용 공통 서식의 고교 프로파일로 간소화하자. 대학이 고등학교에 보내는 홍보 책자를 일일이 다 보지 못하는 것처럼 고교가 대학에 보내는 고등학교 소개 책자를 다 볼 수는 없다. 더 이상 소모적인 일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자.
임진택
경희대학교 수석입학사정관
입학전형연구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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