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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코로나19가 바꾼 세계

자료는 주되 시험은 없는 영국 학교의 온라인 수업

이달의 주제
코로나19가 바꾼 세계

자료는 주되 시험은 없는
영국 학교의 온라인 수업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United Kingdom

정은미
영국 통신원

잠깐 영어 공부를 하러 찾았던 영국 런던에서 20년째 살고 있다. 두 딸아이는 영국 공립학교 9학년, 11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공립 중·고등학교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소소한 영국 생활은 블로그(rubykor.blog.me)에서도 공유 중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먼 나라 일로 여겨졌다. 한국에서 전례 없는 개학 연기 소식이 전해졌지만, 2000년대 들어 유럽 대륙에 전염병이 번진 적이 없었다 보니 모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컸다.
하지만 무서운 바이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일이 됐다. 이탈리아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을 때도 영국은 별로 긴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옆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하지만 그 학교도, 아이들 학교도 휴교는 하지 않았다. 영국의 공중보건회에서 직접 나와서 학교를 점검하고 판단한 결과가 ‘정상 수업’ 이었기 때문이다.


2월 단기 방학 후 혼란에 빠진 학교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국가를 가리지 않고 폭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직원들에게 재택근무 권고가 떨어졌고 학교 직원 절반 이상이 출근을 하지 않게 되자 교장이 재량으로 임시휴교를 선언했다. 그 이틀 후인 3월 20일 정부가 전국 학교에 휴교를 명했다.
참고로 영국의 확진자 급증은 단기 방학(half-term break)에 떠난 스키 여행이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학교들은 매년 2월 중순, 일주일 정도의 단기 방학이 있다. 영국은 연간 3학기(term)가 기준인데, 한 학기가 보통 12주다. 학기와 학기 사이에 2주간의 긴 방학을, 학기 중간에 일주일간의 단기 방학을 실시한다. 보통 6주 등교 후 한 주는 쉰다고 보면 된다.
그중에서도 2월의 단기 방학은 알프스 등지로 떠나는 스키 여행이 많은 시기다. 가족은 물론 학급이나 학년 혹은 전교생이 떠나는 일도 많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지역 스키장이 인기가 많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곳이다. 실제 3월 초 급증한 영국 내 확진자는 방학동안 이탈리아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많은 영국 아이들과 인솔자, 가족 등이 대다수였다.
돌아가서, 학기 중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정부는 곧바로 휴교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휴교 대비 지침을 내렸다.
휴교령 발표까지 일주일간 학교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이용 방식을 파워포인트 파일로 배포하고, 교사들은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출석을 점검하며 수업 진행, 숙제 부여 등을 경험했는데, 이는 혼란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또 학교 곳곳에 알코올 세정제를 배치해 개인 위생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코로나19 증상과 전염 경로 등에 관한 수업도 진행했다.


학생 스트레스 유발하는 평가 피하라

휴교령 이후 영국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만 진도를 나가거나 시험과 연계된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공부할 자료만 내줘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읽을거리나 학습 노트 등만 제공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마치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평가나 수업은 권장하지 않는 것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교과 과정이 끝났던 큰아이는 현재 수업이 없고, 작은아이는 평소의 절반 정도 수업을 듣는다. 등교 시간과 같은 시간에 출석하고, 실시간 화상 수업에 참여한다.
교사들은 학생의 반응을 댓글로 확인하거나, 비디오 자료 등을 보게 한 후에 그것에 대한 리포트를 쓰게 하거나, 그룹으로 묶어 하우스파티나 페이스타임 등의 그룹 화상 채팅으로 조별 활동을 하도록 한다. 체육 시간엔 운동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게 하거나, 동네 한바퀴 산책·조깅을, 영어 시간엔 논쟁에 필요한 영상 자료를 주고 연설을 준비하게 한다. 학교 수업 그대로 진행하되, 원래의 쉬는 시간 이외에 오전에 10분, 오후에 10분씩 추가로 쉬도록 해 스크린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1. 집에서 온라인 수업 중인 아이. 수업 중 구글 행아웃 미트로 조회도 한다.
2. 체육 시간, 학교 운동장 대신 집 앞 마당에 있는 트램펄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3. 학교에서 내려온 공문, 시험 취소로 인해 교사 재량으로 점수를 낸다는 내용이다.


학부모의 눈으로 보자면 영국 학교는 학습 공백은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심리 건강을 사수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낯선 온라인 학습 환경과 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해 학생들의 웰빙에 집중하는 인상이다.
한국처럼 이곳의 수험생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5월부터 대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GCSEs’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큰아이는 공식적으로 시험이 취소되고 성적 처리 방식이 변경된다는 발표가 나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 입학 시험을 앞둔 1 1, 13학년은 취소된 시험을 대신해, 선생님이 모의고사나 과제 결과 등에 기반해낸 세부 점수와 예년 학교 성적 분포 등을 고려해 영국시험총괄국(ofqual)에서 점수를 산출하기로 했다. 큰아이는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듯한 상실감을 얻었고, 봉쇄령이 내려진 후라 친구들과 함께 슬픔과 좌절을 나눌 수 없어 우울해했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부 대학은 9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도 온라인 개강을 하겠다고 하니 학교의 정상 수업재개 시기는 요원하다.
겪어본 적 없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 불안이 크지만 휴교령 이후 다행히 학교에 대한 믿음은 커졌다.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교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이틀에 한 번씩 이메일을 보내고, 학년별로 온라인 조회를 열어 화상으로 학교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들과 근황을 주고받으며 오랜 시간 소통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학업은 아이와 학교의 몫으로 두고, 부모로서 아이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돌보는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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