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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 2020 통신원의 첫 인사

석차 공유하는 학부모 단톡방, 문화 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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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통신원의 첫 인사

석차 공유하는 학부모 단톡방, 문화 차이 실감

◈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중국의 도시 이우. ‘우리 동네’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어도 무역 관계자들에겐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다 돌아보려면 7일이 걸린다는 국제상 무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나 위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 보니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조기 유학 수요가 상당한데, 중국의 문화나 제도에 대한 이해가 낮아 기대를 충족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16년간 현지에서 부딪힌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교육, 그리고 문화에 대해 알리고 싶다.

선택 제약 많은 현지 공립학교 입학
외국에 나와 사는 ‘학부모’에게 가장 큰 고민은 교육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큰아이의 입학은 난관이 많았다. 첫 번째 걸림돌은 9월 신학기였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1학기가 9월에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는 현지 기준 7~8세 아동인데, 8월 31일을 기준으로 입학 여부가 갈린다. 예를 들어 생일이 8월 31일인 아이는 7살, 9월 1일인 아이는 8살에 학교에 들어간다. 큰아이는 10월생이라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같은 또래보다 반년이 늦어, 대입 일정이나 군입대 시기 등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고민 끝에 중국 학교 9월 입학을 결정했다.
아이들은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제도를 여럿 만났다. 제한된 학교 선택과 기부금이 대표적이다. 이우에서는 외국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공립학교가 초등학교는 여섯 군데, 중학교는 네 군데 정도로 아예 지정돼 있다. 해마다 입시 요강이 달라 숫자는 조금씩 달라지나. 이들 지정학교 외에는 외국 학생이 다닐 수도, 유학 비자를 얻을 수도 없다. 또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학비가 없는 대신 외국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매년 기부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야 한다.


주현주 중국 통신원
남편의 중국 파견근무를 계기로 중국에 발디뎠다. 3년만 머무르려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벌써 16년째 중국 절강성 이우에서 살고 있다.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통해 본 중국의 교육, 현지 워킹맘으로 접하는 중국 문화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어느 날 중국 친구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다행’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중국 외지 학생은 돈을 줘도 학교를 못 다닌다는 것. 지역 거주자를 우선하는 중국의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이우 학교들은 현지 학생을 A부터 E까지의 등급에 맞춰 입학시키는데 현지 거주자, 현지에 집을 구매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사람, 사업자등록증을 낸 후 일정 기간이 지
난 사람 등의 순서로 정원을 채운다. 중국 사람이라도 이우가 아닌 외지에서 온 사람은 등급에 맞지 않아 자녀를 이우의 학교에 보낼 수 없고, 이우 내 국제학교 등 사립학교나 고향의 공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중국은 담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해 소위 우수한 교사들이 모인 학교에 비싼 학비를 감수하고 인맥을 동원해 자녀를 진학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 단톡방에 석차 ‘전체 공개’
학교생활은 입학보다 좀 더 낯설었다. 등교 시간부터 한국과 차이난다, 중국학제로 8학년(한국의 중2)에 재학 중인 큰아이는 6시 50분까지 등교해 오후 5시 20분에 하교한다. 5학년인 둘째아이의 등하교 시간은 오전 7시 40분과 오후 3시 30분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중학교까지만 따져보면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한국보다 더 긴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1 세계에서 제일 큰 이우의 국제상무성 전경.
2 숙제를 못한 아이들을 교실 앞으로 불러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린다. 중국 학교의 숙제는 국어교과만 하더라도 매일 한 단원씩 통으로 암기해야 할 정도로 양이 많은데, 교사들은 봐주지 않는다.
3 시험을 칠 때마다 학부모 단톡방에 올라오는 성적표.

무엇보다 SNS에 자녀의 학교생활 전체가 공개된다는 점에 놀랐다. 자녀가 학교에 가면 중국 교사들은 ‘위챗’ 이란 SNS 앱에 단톡방을 개설해 학부모를 모은다. 숙제나 행사 등 모든 알림을 톡으로 보낸다. 앱에 현금 이체 기능이 있어 이를 통해 교복비나 보험료, 문제집 구매비 등 아이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바로바로 입금한다.
이 앱은 단순한 공지나 비용처리 외에 학교생활에 깊숙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못한 아이들은 각 교과 교사가 교실 앞으로 불러 단체 사진을 찍어단톡방에 올린다. 이름을 일일이 적고, 못한 숙제가 무엇이며, 학부모들의 관리를 요청한다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보낸다. 그래도 안 되면 점심시간에 학부모를 소환, 아이를 데리고 복도로 나가 숙제를 완성해야 교실로 들어오게 한다. 또 시험을 보면 1등부터 꼴찌까지 이름과 점수, 석차를 단톡방에 올린다.
한국 같으면 학생 인권을 보호하라며 시끄러웠을 텐데, 중국은 조금 다르다. 숙제 사진에 항의한 다른 반 학부모는 교사에게 “사진 찍히는 게 싫으면 숙제를 해오게 하고, 그것도 싫다면 너희 아이는 포기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성적표도 교사가 잊으면 학부모가 채근한다. 한국과 다른 문화에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으나, 아이 생활을 위해 학교 문화에 맞춰주는 편이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권 안에 있다. 개학도 무기한 연기됐다. 다만, ‘수업은 쉬지만 배움은 쉴 수 없다’는 기치 아래 인터넷 생방송으로 수업을 한다. 등교할 때처럼 오전 7시부터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오전 8시 10분부터 오후 4시경까지 수업을 이어간다. 학생과 소통이 없는 일제식 수업이라,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격차가 아무래도 더 커질 것이란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교육의 변화는 다음 회차에 좀더 상세히 알릴 예정이다. 앞으로 중국 학교에 대한 여러 정보를 전할 계획이니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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