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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24 투란도트

푸치니의 최대 걸작, 오페라 <투란도트>_배경은 중국 아닌 한국!?

안녕? 난 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이러고 해. 맞아, 만화 덕후라면 익히 알고 있을 <처용항의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의 주인공이 나야. 나의 조국 페르시아는 최초의 세계 제국을 세우고 서남아시아 일대를 호령하던 강성한 나라였어.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운다고 7세기 중엽 마호메트의 이슬람제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페르시아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단다. 페르시아가 살길은 항복뿐이라는 이들의 뜻에 동조할 수없었던 나는 망명을 선택했고 중국으로 건너갔어. 그러나 중국 또한 정치적 혼란기였어.


다시 길을 떠난 나는 새로운 곳에 정착해. 한반도의 고대국가 ‘신라’ 말이야. 신라는 내게 운명적인 곳이 됐어. 나의 반쪽 ‘프라랑’ 공주를 만났으니까.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오페라로 사치하라>



<쿠쉬나메>에 담긴 아비틴과 프라랑


대당(對唐) 전쟁의 승리와 수수께끼


<쿠쉬나메>는 ‘쿠쉬의 서(書, 이야기)’라는 뜻으로 고대 이란 왕조 페르시아에 관한 신화와 역사의 대서사시를 가리켜. 이 가운데 나와 프라랑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지.


페르시아에서 중국으로 망명했지만 혼란했던 중국은 내가 오래 머물 곳이 되지 못했어. 나와 일행은 다시 배에 몸을 싣고 신라의 처용항(울산)에 도착하게 된단다. 신라의 왕과 백성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어. 아마 국어 시간에 <처용가>를 배웠다면 페르시아와 신라 사이에 이미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눈치챘을 거야.


당시 신라에는 ‘프라랑’이라는 빼어난 외모와 지혜를 겸비한 공주가 있었어. 난 그녀를 보자마자 한눈에 뿅~ 반해버렸지. 하지만 한낱 망명객인 내게 공주는 넘볼 수 없는 존재였어.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받으려면 큰 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신라와 중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 목숨 걸고 싸워 승리를 이끌어냈고 왕으로부터 귀족 신분을 하사받았지.


그럼에도 신라의 왕은 이방인인 내게 공주를 내줄 마음이 없었어. 혼인을 청하자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어야 허락해줄거라며 으름장을 놓더군. 결과는? 딩동댕! 너희들이 예상한 대로 나는 지혜롭게 풀어냈고 사랑하는 프라랑과 부부가 됐어. 훗날 조국을 재건하고자 페르시아로 떠났고.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11세기 이란의 ‘이란샤 이븐 압달 하이르’ 에 의해 기록으로 남게 돼. 안타까운 점은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음역(音譯)은 당시 신라의 지명이나 인명과 일치 하지 않아 고증이 쉽지 않다는 거야.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나의 장인어른은 무열왕 김춘추이고 프라랑은 그의 셋째 딸로 추정된대. 그렇다면 내가 큰 공을 세운 전쟁은 삼국통일 후의 대당(對唐) 전쟁을 가리키는 셈이지.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쿠쉬나메>.





아비틴과 프라랑의 이야기를 그린 공연 <바실라>, 바실라는 신라를 뜻한다.



위대한 작곡가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


프라랑, 중국 공주가 돼 오페라 무대에 오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을 3연타로 대히트시키며 정점에 올랐던 그는 그 뒤제작한 작품들이 연달아 폭망하며 강제적 겸손모드로 살고 있었어.


어느 날, 이 노(老) 작곡가는 베네치아 작가 카를로 고치의 <천일야화> 에 실린 이야기를 각색한 실러의 희곡 <투란도트, 중국의 공주>를 읽게 됐어. ‘와우~ 유레카!’ 급 필을 받은 푸치니는 당장 작업을 시작했지. 스스로가 ‘이제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의 <투란도트>가 탄생하게 된 거야. 안타깝게도 푸치니는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고인이 됐지만. 미완성이었던 작품은 푸치니의 친구이자 후배 ‘알파노’에 의해 완성돼.


그런데 이것 봐라? <투란도트>의 줄거리를 한 번 들어봐. 티무르 제국이 멸망하자 중국으로 망명한 칼라프 왕자는 아름다운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돼. 그런데 이 공주는 생김새와는 달리 냉혹하기 그지없어서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성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면 목숨을 거둬가는 거야. 용감한 왕자 칼라프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결국은…. 그래, 네 생각대로야. 냉혹한 공주라는 설정은 다르지만 나와 프라랑 이야기와 너무 닮지 않았니?


우리 둘의 이야기가 너무 극적이라 신라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지며 나는 칼라프로 프라랑은 투란도트로 바뀌어 소설화된 걸로 보여. 억지 아니냐고? 노노~그렇지 않아 친구! 당시 ‘해상왕 장보고’를 배출했던 신라는 실크 로드의 마지막 관문으로 불릴 정도로 국제 무역이 발달했고 843년 신라 흥덕왕이 금·은실, 공작 꼬리털, 비취모(물총새 털) 등을 쓰지 말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로 페르시아산 사치품에 열광하는 ‘명품족’들도 많았어. 신라에서 고려로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한반도가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면 전 세계인은 칼라프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가 아닌 나, 아비틴이 부르는 그 명곡을 듣고 있을 거야. 이 곡이 그렇게 유명하냐고? 영국의 모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폴 포츠’를 한방에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 만큼 누구나 들으면 ‘아~!’ 하는 곡이지. 물론 오페라의 제목도 중국 공주 <투란도트>가 아닌 신라 공주 <프라랑>이 됐겠지?





최초로 투란토드 역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와 ‘역대급 투란도트’라는 평을 듣는 두 번째 주자 ‘비르기트 닐손’.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폴 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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