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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46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학생의 본분은 공부?_영국에선안 통해!




이달의 주제 2020 통신원의 첫 인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돌아보면, 부모가 되기까지 꽤 용감하게 살았다. 중 1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세계 일주 여행을 시작했고, 사람들과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에 영어를 배우겠다며 영국에 자리를 잡았고, 여행 중 스쳤던 인연과 우연히 재회해 가족이 됐으며, 덕분에 20년째 타향살이 중이다. 나와 달리 런던에서 나고 자란 두 아이를 통해 만난 영국 학교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혹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모습이 많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 교육, 어렸을 때부터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접한 사립학교가 영국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 교육을 경험한 현지인의 눈으로 본 평범한 영국의 학교와 교육을 나누고 싶다.



런던에서 학부모가 되기까지


스스로 꽤 운이 좋은 세대라고 생각한다. 해외 배낭여행이 대중화되고 국제 결혼이 낯설지 않은 시점에서 성인이돼 부모 세대보단 자유로웠고, 지금 청춘들보다는 덜 경쟁했다. 적당히 치열한 입시를 지나 대학에 입학했고, 상상 이상으로 캠퍼스에서 자유를 누렸으며, 졸업 후 취업과 이어진 직장생활 3년까지 그리 큰 어려움 없이 다다랐다. 그래서인지,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으리란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한국 학생들이 대부분 그렇듯, 입시와 취업을 위해 잠깐 매우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 지식은 그쯤 거의 휘발되고, 딱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단어와 문법만 남았다. 세계여행은 상상하지 못했던 만남의 연속이었다.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졌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결심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배우자 싶어 영국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 공부하던 중 이스라엘 여행에서 잠깐 마주쳤던 지금의 남편과 다시 연이 닿아 결혼까지 했고, 두 딸을 낳고 기르면서 여전히 런던에 살고 있다.


두 딸아이는 영국 공립 중등학교 11학년과 9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 학년에 대입하자면 중2, 고1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영국은 중·고등학교가 분리돼 있지 않고 5년간 재학하기 때문이 다. 참고로 영국 학제는 초등 6년-중등 5년-A Level 2년-대학 3년인데, 중등 학교를 졸업한 후 대입을 대비하거나 직업 교육을 받는 2년간의 준비 기간(A Level)이 따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찍부터 치열하게 학업 경쟁을 시키기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1. 동네 인근의 중등학교 전경.

2. 아이들이 배우는 학교 교재. 영국은 별도의 교과서 없이 교사들이 제작한 자료를 중심으로 수업한다.

3. 영국 학교는 수업 도우미나 공개 행사 등을 통해 자녀가 어떻게 배우는지 확인할 기회가 많다. 몇 년 전 아이들 학교의 패션쇼 행사.



성적보다 학생에게 관심 큰 학교


내 학창 시절도 꽤 오래전이지만, 시대를 감안해도 영국 학교는 한국과 꽤 다르다. 그 중 제일은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다. 가방도 가볍다. 교재부터 필기구 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니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숙제는 있을 때 노트 한두 장에 문제 몇 개를 풀어가는 게 전부다.


초등학교 수업 도우미(Parent Helper) 로 수년간 지켜본 바, 영국 교육은 학생한 명 한 명이 제 속도로 배워나갈 수 있게 더 공을 들인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담임 교사 외 보조 교사도 한 명 교실에 상주하며 학생을 돕는다. 저학년은 자원봉사 부모들도 합류해 일대일 책 읽기, 조금 뒤떨어지는 아이들의 쓰기 연습 돕기 등을 지원한다. 학부모 도우미는 선택으로, 수업을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어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과서가 따로 없어 수업은 교사가 자유롭게 구성하고, 평가는 딱딱한 시험 보다는 수업에서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급 정원은 서른 명 정도로 지금의 한국 학교와 비슷하거나 좀 더 많다. 그럼에도 교사를 돕는 사람이 교실에 많다 보니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밀도 있게 가르칠 수 있다.


수험생인 큰아이의 말로는 모든 교내 시험에 우수한 점수를 받는 학생이 5명 정도인데 대부분이 ‘사회생활(social life)’ 은 거의 참여하지 않고, 또 한 반의 3분의 1 이상은 ‘사회생활’에 치중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단다. 중간쯤 되는 아이들은 성적과 사회생활 모두 중간 정도라는데, 나는 그 정도가 마음에 들고 다행히 아이도 그 안에 속해 안심이다.



사실 영국도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한국 못지않게 치열하다. 학업에 중점을 두고 학원 수강도 불사한 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국 학부모의 인식도 그렇고, 국가 차원에서도 학교 교육을 학업 자체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중등학교에 올라와서도 음악 체육 미술 독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험생도 많다.


공부가 학생의 본분이라는 말은 영국에 서는 통하지 않는다. 10대는 지식뿐 아니라 사회생활, 특히 친구 관계 등을 여러 각도로 경험해보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영국 교육의 대세다. 첫연재 글이라서 간략하게 영국 교육에 대해 소개해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11 개의 주제에 맞춰, 여러 각도에서 좀 더깊이 영국 교육의 면면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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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미(영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20년 03월 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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