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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46호

COLUMN

고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의 딜레마와 전망




진동섭 이사 (한국진로진학정보원)


고등학교 교사로 30년 가까이 재직하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거쳐 현재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로 있다. 7차 교육과정 때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해왔다. 한국중등교육과정연구회 부회장,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운영위원장 등을 맡았고,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 제도를 연결해 생각하고 있다.



지난 2월 <내일교육> 942호에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곽영순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선택 폭 좁은 과학 교과, 교육과정 개정 시급하다’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 자 적는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 비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 차원에서 보면 모든 과목은 3년 동안 180단위 내에서 자기 과목이 차지할 수 있는 단위의 범위가 있다. 일반고에서는 대체로 <통합 과학>과 <과학탐구실험> 10단위를 편성하고, 과학Ⅰ 3과목 15단위와 과학Ⅱ 2과목 10단위 및 진로선택 1과목을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Ⅰ·Ⅱ를 통합한 단일 과목으로 하고, 각 10단위를 기준 단위로 한다면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1학년에 편성하고 2, 3학년에 걸쳐 과학 과목을 2~3과목 선택할 수 있도록 편성하게 될 것이다. 3과목을 선택한다면 30단위를 이수하게 된다.


최근 제주와 대구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에 따르면 자연 계열을 원하는 학생들은 과학을 고급 수준(Higher Level) 으로 2과목 선택하는데, 이는 240시간의 학습량이므로 2과목을 배우게 되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30단위를 이수하는 양과 비슷하다. 국제적 비교에서 비슷한 결과이므로 나쁘지 않다.


IB 교육과정에서 인문·사회 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과학을 표준 수준 (Standard Level)으로 1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는데, 이는 150시간이므로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5단위 2과목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과학 과목을 모두 10단위로 구성하면 인문·사회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과학 1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게 된다. 10단위 한 과목은 170시간이므로 IB 교육과정의 표준 수준 150시간에 비해 조금 많은 정도다. 시간 배당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총론 확정 단계에 오면 다른 장벽이 있다. 특정 과목에 선택이 몰릴 경우 어떤 과목은 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과학 진로선택 과목에 제시된 <생활과 과학> <과학사> 같은 과목은 전혀 선택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등장한다. 특히 10단위 3과목일 때 가장 선택이 되지 않아 고사될 우려가 있는 과목은 밝히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이와 함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사회는 5단위로 제시되었는데 과학은 10단 위로 제시되면 과목 선택에서 사회·과학 간의 벽을 헐어낼 수 없다는 점이 다. 문·이과 벽을 헐어내는 데 이 문제는 가장 큰 벽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연 ‘2015 교육과정 개정 방향 탐색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처음에는 과학과 교과목의 경우 공통 과목으로 과학탐구(통합과학), 일반선택 과목으로 물리학, 화학, 생명 과학, 지구과학 4과목, 자유선택 과목으로 현대사회의 과학기술, 과학의 역사와 문화, 융합과학, 과학과제연구 4과목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이 ‘아 름다운’ 방안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방안으로 굳어졌다.



고교학점제에 맞춘 교육과정 개정, 과학 과목은 어떻게 변할까?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를 2025학년에 전면 도입하려면 거쳐야할 단계가 있다. 2022년에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하고, 2023년까지 교과서를 집필하고, 2024년에 검·인정 단계를 거쳐 2025학년부터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위한 교육과정이 더 많은 과목의 기준 학점을 일치시켜 모든 교과의 벽을 헐어내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현재 대부분 과목을 5단위로 설정한 것보다 더 잘게 쪼갤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물리학을 양자역학, 고전역학, 전자기학, 현대물리로 나누고, 생명 과학은 세포학, 분자생물학, 생태학, 유전공학으로, 지구과학은 우주과학, 지질학, 대기과학 등으로 나누는 안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인터뷰 기사에서 곽 교수가 제시한 “컴퓨터 계통 진로에는 전자기학만 필요한데 물리학 모든 분야를 이수하게 하는 것은 학생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논거도 수긍이 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어느 수준까지 교육 수요자의 뜻을 존중할지는 미지수지만, 과목을 쪼갤수록 소외되는 분야가 나와 학생이 선택하지 않으면 가르치는 사람도 그 분야를 잊게 되고, 가르칠 수 없으니 결국은 없어지는 과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딜레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받아 들인 외국 교육과정에서도 이렇게 대단원 수준으로 분류한 사례는 별로 없다는 것도 망설여지는 대목일 것이다. 과목명을 중심으로 잘게 쪼개는 방안이 받아들여지려면 두루 배운 뒤 대학에 가서 좁게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극복할 수 있는 논리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이 지역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면?


국가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과 인재상 및 지원 방안을 정하고,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지역화한다면 물리학 과목을 10단위 1과목으로 제시한 지역, 5단위로 2과목 편성하는 지역, 3단위 4과목으로 쪼개서 제시한 지역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2년에 교육과정을 고시하려면 시·도 교육청 및 그보다 작은 단위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연구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움직임이 없다. 교과 교육과정이 분권화되는 것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단계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차기 교육과정에서 분권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시·도 교육청이 교육과정 개발에 나선다면, 교과서는 온라인에 의존하거나 교사가 중심이 되어 개발하여 쓰게 된다면, 같은 과목 내용을 지역마다 다른 과목으로 배울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교육과정 분권화 욕구가 커지면서 실제 이행 됐을 때의 불편함도 적지 않아 중앙집중적인 교육과정으로 회귀하려는 힘도 있기에 변화 양상은 예측이 어렵다.



현행 교육과정, 전문 교과에 집착 말자


인터뷰 기사에서 곽 교수는 또 과학에서 전문 교과를 배우면 학생부 종합 전형에 유리 한가에 대해 ‘전문 교과에 집착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근거로 “서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에서 전문 교과를 이수했다고 가산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들었다.


대학에서는 학생이 과학Ⅰ과 과학Ⅱ 과목 안에서 기초를 잘 닦고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종합 전형은 애초 고교 교육과정이 의미 있게 운영돼 더 많은 인재가 공교육에서 키워지고, 대학 역시 더 좋은 인재를 선발해 서로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한 전형 방식이다. 그러니 대학이 교과 등급이 나오는 과학Ⅰ을 피해 성취평가로 전환될 진로선택 과목인 과학Ⅱ와 고급 과학을 이수한 학생, 혹은 그렇게 시킨 학교를 좋게 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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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UMN 특별기고 (2020년 03월 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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