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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호

ISSUE INTERVIEW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곽영순 교수_“선택 폭 좁은 과학 교과, 교육과정 개정 시급하다”

올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 전 학년에 적용되는 첫해다. 진로와 연계된 과목 선택이 중요해졌지만, 과학 교과는 사실상 기존 교육과정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은 여전히 Ⅰ·Ⅱ로 구분돼 있고, 교육부나 대학이 제공한 전공별 선택 과목 가이드를 살펴봐도 자연 계열은 4과목 중 3과목은 대부분 포함된 상황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새로 도입된 <통합과학> 과목의 설계 팀장으로 참여했던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곽영순 교수는 “이번 교육과정은 특히 과학 교과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려놓은 밥상은 부족한데도 마음껏 고르라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동웅



곽영순 교수는
현재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에서 예비 교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서울 소재 고교에서 과학 교사를 했고, 이후 2001년까지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과학교육/교사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으로 수능과 임용고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통합과학> 팀장으로 참여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관한 뜻밖의 얘기,
과학 교과 개정 시급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 교육과정과 달리 계열별 경계가 사라지고, 진로 중심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고에서 자연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정과 선택 과목에 큰 차이가 없다. 진로선택 과목이나 전문 교과 과목인 <과학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 <고급물리학> <고급화학> <고급생명과학>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생명과학실험> <지구과학실험> <과학과제연구> 등 선택 과목이 추가됐지만, 선택 과목 수를 고려하면 기존 과학과목 Ⅰ·Ⅱ에 추가로 1~2개를 더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의 특징을 물었더니 곽 교수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원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는 현재와 같은 Ⅰ·Ⅱ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그래서 개정 교육과정 편제표를 작성할 때 Ⅰ·Ⅱ를 통합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이수 단위를 10단위로 제안했는데, 최종 단계에서 기존과 같은 체계로 변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선택할수 있는 과목이 기존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더 큰 문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 과목 구성이나 구분, 단위 수를 결정하는 편제표를 작성했던 2013년에는 고교학점제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이렇게 본격화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Q.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염두에 두고 연구한 게 아니라니 뜻밖이다.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언급되기 시작한 때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아닌 2009 개정 교육과정 이전이다. 다만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뿐이다.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려면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전제 조건이라고 봤는데, 그보다 앞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행된 셈이다. 특히 과학 교과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과목을 이수한 후 Ⅱ과목을 이수해야 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과 전혀 맞지 않는 과목 편성이다. 더구나 진로선택 과목은 전혀 공통점이 없다. <생활과 과학> <과학사> <융합과학> 등은 교양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루 빨리 개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논의가 2년 전인 2020년, 즉 올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Q. 현재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아직이다. 올해 안에 과학 교과 선택 과목의 재구조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할수 없다. 사실 문제는 교육 기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도 전제는 고교학점제다. 한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언제 될지 합의가 되지 않았다. 이 논의를 매듭짓고 교과별 선택 과목 구성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지는 상황 같다. 정치권에 의해 교육 정책이 좌우되는 상황의 연속이라 답답하고 안타깝다.

Q. 그렇다면 과학 교과 편성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나?

사회 교과를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사회 교과는 선택 과목으로 <한국지리> <세계지리>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으로 구분된다. <한국사>는 공통 필수 과목이니 선택과목은 9개다. 9과목은 과목의 특성이나 다루는 영역이 확연하게 다르다.

반면 과학 교과는 영역별로 세분화되었다기보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뭉뚱그려 통합돼 있다. 물리학이 아닌 양자역학 고전역학 전자기학 현대물리 형태로, 생명과학
은 세포학 분자생물학 생태학 유전공학 형태로, 지구과학은우주과학 지질학 대기과학 등으로 과목명만 들어도 뭘 배우는지 알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본다. 만약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팀에 들어가게 된다면 꼭 바꾸고 싶다.

Q. 과학 과목이 이렇게 세분화되면 전공 분야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과학 과목이 세분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교육부나 각 대학에서 계열별 선택 과목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자연 계열은 거의 모든 전공에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이 들어 있고 전공에 따라 지구과학이 포함되기도 한다. 사실상 전공별 선택 과목 안내 책자가 큰 의미가 없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학생에게 물리학은 필수 과목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학생들은 물리학에서 전자기학 부문만 공부하면 된다. 즉, 5분의 1만 알면 되는데 관심 없는 5분의 4를 덤으로 배우는 셈이다. 그러니 학습량을 줄였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과학이 여전히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Q. 과목이 세분화되면 수능도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어려울것 같다. 2022 수능 과목이 결정될 때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나?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 맞다. 사실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이라면 3년간 학생의 학업 역량을 토대로 대학에 입학하는 구조여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 학생들은 좋아하는 게 각자 다르다. 또 그것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다 해야 하는 구조다. 앞으로 선택 과목의 다양화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실현된다면 수능 과목도 다양한 과목으로 편성돼야 하고, 한국사와 영어처럼 절대평가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공정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재수를 선택할수록 성적이 잘 나오는 수능이 정말 공정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Q. 일부 대학에서 자연 계열 지원 시 수능 과학탐구 두 과목을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문·이과 장벽을 허문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어떻게 보나?

경영·경제학과가 속한 상경 계열은 공대 진학 시 필요한 정도의 수준 높은 수학 이수가 필요하고, 자연 계열의 간호학과는 어려운 수학을 반드시 이수하기보다는 과학 교과와 사회
교과, 심리학 등의 교양 과목 이수가 더 필요하다. 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존 계열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계열 구분에 의해 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 진로에 맞는 과목 이수
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지, 인문 관련 과목만 선택해 이수해도 자연 계열 진학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022학년 수능에서 과학탐구 두 과목 응시를 필수로 규정한 대학을 제외하면 사회탐구 과목만 공부해 자연 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꽤 많을 것이다. 현재의 과학 교과 구성상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사회탐구 과목보다 학습량이 많고 어려우니까. 문제는 사회 교과만 공부한 학생이 공대에 진학한다 해도 과연 따라갈 수 있느냐 하는 거다. 아마 대학 1학년 때 ‘지옥’을 맛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진로 적합성 보여줄 과학 교과, 최선의 선택은?

현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의 과목 편성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학생들은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과학 교과의 위계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고교에서는 현 교육과정 편성 구조상 반드시 Ⅰ과목 이수 후 Ⅱ과목을 이수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이 생겼다. 전문 교과도 동일 과목의 Ⅰ·Ⅱ를 이수한 뒤 선택하면 좀 더 내실 있는 수업 진행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진로 선택 과목 간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곽 교수는 “고교별 진로선택 과목 현황을 취합한 결과 <생활과 과학>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들었다. <과학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은 다양한 과학 관련 소식을 재미있게 접하는 교양 수준의 과목이지만, Ⅱ과목은 Ⅰ과목의 심화 내용으로 진로선택 과목 간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부담 없는 과목 선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월에 고2가 되는 학생부터는 등급 산출이 아닌 3단계 성취도 평가를 받으므로 등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Q. 1학년 때 <통합과학>을 배우다 보니 2~3학년 때 과학 학습 부담이 커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합과학>을 1학년 때 편성한 배경은?

고1 때 배우는 <통합과학>은 중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만 있으면 학습할 수 있다.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과학 과목을 가장 좋아하는데 중학생이 되는 순간, 과
학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니 인문 계열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이후에 과학 과목을 접할 일이 없다. 한국 사회에선 수학은 어려워도 해야 하는 과목이지만, 과학은 어렵고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크다. 인문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부담 없이 <통합과학>을 접하게 하고 싶었다. 수업도 어려운 이론 수업보다는 다양한 탐구 중심의 과정 중심 평가를 하도록 개발했다. 인문 계열 학생들이 배우는 생애 마지막 과학 과목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까?

Q. 현 체제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당장 과학 과목 선택 기준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과학 교과의 이수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한 과목 선택 기준을 특정해서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전공 계열마다 어떤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지 사전 고지를 하는 게 바람 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은 고교 간격차가 커 단언하기 어렵고, 오히려 선택 과목을 사전고지하면 교육과정이 획일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는 상황이다.

실제 고교 현장에서는 전문 교과를 편성해 이수해야 유리한지에 대한 고민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 다른 대학에서 전문 교과를 이수했다고 종합 전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가산점을 부여하면 일반고에서 소수 학생을 위한 전문 교과 개설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가 거세질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문 교과에 집착하지 말자.

여러 기관에서 계열이나 진로 선택 가이드북을 내고 있지만, 100%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전공 계열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안목, 개인적인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꼭 이수하고 싶은 과목인데 해당 고교에 개설돼 있지 않다면 공동 교육과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Q. 동일 과목의 경우 Ⅰ과목을 이수한 후 Ⅱ과목을 이수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지역 교육청에 따라 Ⅰ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Ⅱ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가능한가?

교육과정 지침으로는 위계를 지켜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교육부에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더하기와 빼기를 안 배우고 방정식을 풀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과목에 따라 위계성의 정도가 다르기는 하다. 물리학과 화학은 Ⅰ·Ⅱ의 위계성이 강하지만,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상대적으로 위계성이 약해 꼭 Ⅰ과목을 들어야 Ⅱ과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팩트체크해보니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에는 “선택 과목 중 위계성을 갖는 과목의 경우, Ⅰ을 먼저 이수하고 Ⅱ를 이수해 계열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편성한다. 다만, 학교의 실정 및 학생의 요구, 과목의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편성,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과학Ⅰ·Ⅱ의 경우 위계성을 지키는 것이 좋으나 학생의 역량이나 학교 실정에 따라 Ⅰ을 이수하지 않고 Ⅱ를 이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 정책은 백년대계라지만, 정치권의 입김에 그 중심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과정 연구진인 곽교수조차도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에 앞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적용될 줄 예상 못했다는 것은 교육 정책을 둘러싼 엇박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곽 교수는 “교육부 연구원이나 교육부 장관, 관료들이 대부분 인문 계열 출신이다. 과학 교과의 변화가 쉽지 않은 것은 이런 점도 한계로 작용하는 것 같다. 자연 계열 학생들도 정책 수립 영역이나 정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 비쳤다. 그의 표현대로 ‘차린 것 없는 밥상에서 선택해야 하는 빈곤한 과학 교과’에서 벗어나 ‘풍성한 밥상’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 배우고 싶은 과목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재편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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