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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40호

COLUMN 리포터 다이어리

문과생의 진로

● 대학 가면 끝일 줄 알았다는 기대는 적어도 인문 계열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느 대학을 가고 어떤 전공을 했든 취업 걱정이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대학생 아이는 문과라서 죄송하고 있는 중이다.


●● 대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방학 때 인턴을 지원할 때 학벌·출신지·성별 등을 보지 않고 선발한다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1차 서류 평가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설마 학교와 학과를 안 쓰랴 싶었는데, 온라인 이력서에는 학력을 쓰는 칸이 아예 없었다. 아이가 떨어진 이유는 학력을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력이 없어서였다. 경력란이 이력서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데, 아이는 난생처음 인턴을 지원하는 것이니 아무 경력이 없었다. 자원봉사, 표창장, 알바, 군대에서 한 일 등 을 쓰라고 했더니 경력은 그런 것을 쓰는 것이 아니란다. 인턴 증명서가 발급된 인턴 경력 등 관련 업무 경력을 써야 하는 데 처음하는 인턴 지원이니 경력이 만무할 수밖에.


●●● 대학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업 시장은 더 험난하단다. 공채 선발 규모는 줄었는데 1차 블라인드 서류 평 가, 2차 필기 시험, 3차 실무진 면접 및 집단 토론, 4차 임원 면접이라는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 여기에 회사 1~2년 다 녔던 중고신인들까지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오고 있단다. 공채를 통과하려면 대학교 4년 내내 학점 관리에 신경 써야 하 니 내신의 압박은 대학 가서도 계속된다. 왕성한 인턴과 학회 활동를 통해 일관되면서도 우수한 비교과, 아니 이력서를 관리해야 한다. 공채에 도전하기에 어느 것 하나 부족하다 싶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는 자격증이나 시험에 도전하 게 된다. 내신과 비교과가 뛰어나면 수시, 그러다 안 되면 시험으로 정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것은 취업 시장에서도 매 한가지다. 시험 보고 자격증 얻는 자리라고 쉽겠는가. 최소 2년 반은 고3 이상 치열하게 공부해 매달려야 합격할 수 있 다. 한 번 떨어지면 1년을 더 공부해야 하니 자격증도 재수, 삼수가 흔하다. 자격증을 따면 더 나은 조건에서 취업할 수 있 고 취업은 결혼, 생계, 노후 등과 직접 연결되니 취준생은 고3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 살벌하기로는 취업 역시 대입과 별반 다르지 않다.


●●●● 인문 계열은 매번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가시적으로 증명 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니 말이다. 의대 본과에 막 들어간 아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체의 모든 뼈 이름과 근육 이 름을 사흘 만에 외워서 쓰는 시험을 보느라 하루에 3시간도 못 잤단다. 그런 시험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상황에 서 의대생은 본과 4년, 수련의 5년을 버틴다. 이런 자세로 인문 계열 학생도 취업을 준비하면 무엇이든 못해내랴. 인문 계열 큰아이의 고달픈 취업 준비를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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