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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8호

2020 전국 단위 자사고 면접 후일담

까다로워진 개별 문항 진로 연계 학습 깊이 확인

2020학년 후기 자사고 입시가 마무리됐다. 2025년 폐지 예고에도 불구하고 전국 10개 전국 단위 자사고의 일반 전형 경쟁률은 소폭 상승했다. 무엇보다 예년보다 개별 문항의 질문이 까다로워 높은 난도를 체감했다는 지원자 후기가 많았던 것이 이번 입시의 특징이다. 어떤 문제였기에 수험생들이 진땀을 뺀 걸까? 외대부고와 하나고, 상산고 지원자들의 복기로 본 2020학년 자사고 면접 후일담과 전문가 분석을 담아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도움말 조경호 부장(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입학홍보부)·조재형 대표(미래교육) 황준 연구원(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김진호 소장(목동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


지원자가 전하는 면접 후일담

외대부고

“자기소개서 관련 연이은 꼬리 질문에 당황”

면접 종이를 뒤집으면 3개의 문항이 적혀 있어요. 한 문항당 두 개의 소문항이 있더라고요. ‘~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와 개인적 도움을 말하시오. ~로 주장한 내용과 그에 대한 반박을 말하시오’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었어요. 너무 긴장해서인지 문제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추가로 받은 개별 문항은 명확히 생각나요. 자기소개서 탐구 영역에 적힌 내용을 매우 자세히 물었거든요. 책을 읽고 심화 학습을 했던 부분을 서술했는데, 중3 <수학>에 나온 피타고라스 정리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는 데 쓰인다는 내용이었죠.

면접관이 “그 내용을 e=mc 2 이라는 공식과 연계해 설명해 보라”고 해서 이 공식을 시작으로 다른 여러 이론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예를 들며 답했습니다.

또 “장래희망이 물리학자인데 대학 진학 뒤 피타고라스 정리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포함해 연구할수 있는 게 무엇인지 말해보라”고도 했어요.

예상치 못한 내용이라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말했어요.

“대학 진학 뒤 전공과 연계한 학습까지 고려해보진 않았지만, 외대부고에 합격하면 이와 관련한 공부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중3 수준이었는 데, 심화 학습을 하지 않으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많았습니다. 김유현(가명, ㅇ중 3학년·경기 안양시 호계동) 학생


하나고

“학생부의 진정성 확인이 대부분”

체력 테스트를 받고 바로 면접장에 들어섰어요. 면접관 3명에게 6개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학생부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는 문제였어요. 그 가운데 “학생부를 보면 소외된 이웃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고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 정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나?” “전자쌍 반발 이론(VSEPR theory)을 공부했다고 적혀 있는데, 그 외 수행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심화 학습한 다른 수학 영역이 있나?” “독서 탐험대와 반찬 배달 봉사를 하면서 정책의 양면성을 알게 됐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보라” 등의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꼬리 질문으로는 “최저 임금제의 문제점을 경제 적인 측면에서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저는 “노동 시장에서는 노동을 제공하는 개인은 공급, 그 노동력을 구매하는 기업을 수요로 볼 수 있다. 이 수요-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적정 임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은 최저 임금이 적정 임금보다 높다고 여긴다. 이경우 노동을 제공하려는 공급이 많아지고,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수요는 기계화나 자동화로 대체돼 감소하기 쉽다. 즉, 초과 공급 상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질문인데요. 민감한 시사 문제와 교과 내용을 연계해 깊이 학습하지 않은 게 좀 후회됐어요. _박성식(가명, ㅅ중 3학년·서울 마포구 상수동) 학생


상산고

“학업 역량+인성 모두 갖췄는지 검증”

상산고 면접 시험은 창의·융합 60점에 인성·독서 40점, 총 100점 기준으로 산출돼요. 지원자 1명당 3명의 면접관이 배정되는데 면접 영역당 각각 10~15분이 주어지죠. 창의·융합 면접 영역에서는 선배들의 기출문제와 제출 서류에서 뽑은 예상 문제로 철저히 대비해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기억나는 건 “속도와 속력의 차이를 아나?”라는 질문이에 요. “기체의 속도는 방향성을, 속력은 방향성과 상관없이 빠르기 그 자체를 나타낸다” 라고 답했더니 면접관이 “질문에서는 기체의 속도 개념을 정확히 물은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사방으로 움직이는 기체 분자의 운동 방향은 양과 음의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기체 상태에서 분자의 속도가 음수인 경우를 부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와 관련한 꼬리 질문이 무려 3개나 이어지더라고요. 사실 종이에 문제가 나왔으면 어렵지 않게 풀었을 텐데, 머릿속으로 정리해 오류 없이 말로 설명하려니 조급해서 자꾸 더듬게 되더라고요.

질문 자체는 개별 문항이 더 까다로웠어요. “지구 온난화에 관한 해결 방안을 말해보라”고 했는데 저는 갑자기 이런 질문이 왜 나왔나 싶었죠. 집에 와서 학생부를 자세히 보니 중1 <국어>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수업 중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읽은 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표했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면접관은 저에게 그때 읽은 책이 뭔지 묻고 지구 온난화의 해결 방법을 책 내용과 연결해 인류 애를 담아 설명해보라고 했습니다. 학생부 내용을 꼼꼼히 읽고 가야 면접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 같아요. _최은서(가명, ㅈ중 3학년·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생


전문가가 본 2020 전국 단위 자사고 면접

교과 연계된 심화 학습 여부가 면접 성패 갈라

올해 전국 단위 자사고 면접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원자가 교과와 연계해 어느 정도 심화 학습을 했는지 측정하려는 질문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진로와 이어지는 전공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했는지, 그 분야에서 필요한 기초 역량을 쌓기 위한 기본 학습 능력과 자세가 잘 갖춰 졌는지 검증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평했다.

미래교육 조재형 대표는 “심화 학습은 단순히 어려운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가 아니다. 중·고등학생의 심화 학습은 결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 역량을 쌓고, 전공 기초를 잘 이해하도록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다. 독서 관련 꼬리 질문이 많은 것은 해당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검증하는 것과 함께 학생의 지식 수준과 지적 호기심, 탐구 능력을 살피기 좋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교과 내용과 연계해 독서의 깊이나 폭을 확장해나가고, 시사 문제와도 연계해 넓게 학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목동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 김진호 소장은 “진로를 고려한 역량은 무엇일까를 연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풀리지 않는 면접 문항들이 많았다. 진로와 학습을 연계해 고민해둬야 면접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했다.


지원 고교 인재상 집착 말고, 중학 생활 충실해야

개별 문항이 까다롭다는 면접자들의 토로에 대해 와이즈만 입시전략연구소 황준 연구원은 “전국 단위 자사고는 인성 영역의 질문도 깊어지는 추세다. ‘요양원 봉사를 하면서 우리 할머니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와 같은 답보다 시사와 연결해 자신만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거기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인성 영역에서 꼬리 질문을 할 때 상당수 학생이 질문의 단어나 배경을 조금만 바꾸면 대답을 어려워한다. 활동이 풍부해도, 그 내용을 혼자 떠올리며 갈무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 지원 학교의 인재상에 서류나 면접 답변을 무리하게 꿰어 맞출 필요는 없다고. 외대부고 입학홍보부 조경호 부장은 “지원자 중 일부는 지나치게 학교가 제시하는 인재 상에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재상은 추상적인 상징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면접관들이 입시 학원에서 면접을 준비한 학생들이 인재상을 바탕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답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번 입시에서도 외운 대로 비슷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Tip 이렇게 답하면 무조건 불합격!

1. 묵묵부답형

말 그대로 면접장에 와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유형. 모르는 문제나 질문에 대처하는 가장 소극적인 자세라는 게 면접관들의 전언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추가 질문에 차분히 답할 수 있는 멘탈 관리와 실력 쌓기가 필요하다.

2. 앵무새형

면접관이 A라고 질문을 했다면 최소 A-3이나 A-4와 같이 맥락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대답을 해야 감점이 적다. 한데 스스로 터득한 심화 교과 지식 없이 학원에서 알려준 기출문제 위주로 암기식 입시 대비를 한 경우엔 질문과는 거리가 먼 B나 C, D 등을 앵무새처럼 답한다고. 기회를 주려고 추가 질문을 해도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 북극형

지나치게 솔직해 면접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유형. 지원 동기를 물으면 “엄마가 이 학교 가라고 안 했으면 전 지원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매년 이런 학생이 몇 명씩 있다고. 면접관들은 가장 안타까운 사례라며 학부모들에게 “자사고는 공부가 쉽지 않고 내신 경쟁이 치열한 만큼 뜻없는 자녀에게 지원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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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 중등 (2020년 01월 9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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