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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프랑스 조기 유학 수도 파리는 피하라?!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 다니기 빛과 그림자

프랑스 조기 유학 수도 파리는 피하라?!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여유다. 학교 학습만 충실히 하면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노력의 대가를 맛볼 수 있고, 스포츠나 예술 활동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으며, 학교생활이 성적이나 대입과 직결되지 않으니 아이는 늘 여유롭다.

다만 높은 물가, 완전히 다른 교육 문화 는 충분한 이해없이 이주했을 때 높은 장벽이 된다. 학교는 아이가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자랄 시간을 주지만, 사회는 이주민에게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문턱 낮은 프랑스 조기 유학

프랑스는 한국에서 청소년보다 대학· 대학원생들이 주로 유학을 온다. 조기 유학생은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분야 특기생들이 대다수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처럼 부모 없이 유학을 오는 한국 학생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저렴한 교육비와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교육은 경험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제도를 알리자면, 외국인 미성년자가 부모없이 프랑스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할 수는 있다. 미성년자 취학용 장기 비자를 얻으면 가능하다. 비용은 약 100유로(13만 원가량)로 그리 비싸지 않다. 다만, 심사가 까다롭다. 전 년 성적 증명서, 현지 학교 입학 허가서, 프랑스 거주지 주소, 프랑스어 공인 시험 성적표, 부모의 재정보증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립학교는 무료라 교육비가 거의 안 들지만, 앞서 말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제반 비용이 적지 않다.

유학 지역도 고심해야 하는데, 수도인 파리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치안이나 교육, 물가 등 생활·학습 환경은 소도시가 훨씬 낫다. 특히 보르도, 낭트, 몽 펠리에, 디종 같은 도시는 대학이 밀집 해 분위기도 활기차고 생활비도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 매년 바칼로레아의 최고점 취득자는 지방의 소도시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걱정되는 언어는 생각보다 장벽이 높지 않다. 이민자 출신 학생이 워낙 많아 이들을 위한 별도의 프랑스어 수업(Fran ais langue de scolarisation)이 따로 있다. 내용도 ‘수업 시간 준비물’ 같은 표현법이 중심이라 어렵지 않고 실용적이다.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이 모여 있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고, 실제 회화 중심이라 실력이 빠르게 는다. 다만 학습은 약간 다른 문제라 첫 학년에 유급을 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 이때 유급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학부모들은 마치 ‘탈락’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대로 배울 기회를 주는 게 유급이기 때문. 실제 한번 유급한 후 우수한 성적을 받는 조기 유학생이 많다.




파리 시청에서 제공하는 프랑스어 교육 프로그램.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단 수업이 매일 진행되지는 않는다. 단기간 프랑스어 실력을 높이고 싶은 학생보다, 틈을 내 언어 실력을 다듬고 싶은 이주민에게 적합한 강의다.



조기 유학생의 비자 발급 준비물 목록. 미성년자는 장기체류용 비자를 신청해 입국한 후, 현지에서 외국인 미성년자 통행증을 발급받는 게 좋다.



프랑스는 이주 학생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편이다. 갓 도착한 외국인 중학생들에게 적합한 수업을 제공하는 학교를 표시한 지도.


언어보다 적응 문제, 부모 역할 중요

언어 문제는 예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적응은 다른 문제다. 완전히 다른 환경, 문화에서 새로운 언어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문화 코드가 한국과 워낙 달라, 오해를 사거나 소외당할 우려도 있다. 학부모가 함께 이주했다면 심리적으로 자녀를 지지해주 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스포츠나 클럽에서 온몸으로 부딪혀보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학교 행사에 자녀와 함께 참석해 자녀의 친구들을 직접 만나거나 다른 학생들의 부모와 가까워지는 것 등을 행하며 뒷받침해주면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다행히 최근 프랑스 10대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 아이의 적응이 한결 수월해졌다. 우리 아이는 가끔 한국 과자 한 봉지를 간식으로 가져가 반 아이들과 나눠 먹는데 그런 날은 친구들이 좋아했다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돌아온다. 케이팝이나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형제를 둔 프랑스 학생이라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아이도 자신의 정체성을 더 당당히 내세우는 듯싶다.

앞서 말한 유급처럼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주는 교육을 받고 싶어 프랑스에서 공부시키면서, 성적과 진학 기준은 한국에 두면 갈등이 생기기 쉽다. 특히 조기 유학생 부모들은 진로 문제를 두고 자녀와 크게 부딪히는 일이 많다. 자녀들은 현지 친구, 교사들과 접촉하면서 진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고 경험도 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프랑스의 실리적인 문화의 영향도 크다. 문제는 이 선택이 부모 들이 선호하는 전통적인 전문직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

단순히 세대 차이뿐 아니라 현지 문화에 흡수된 자녀와 대화하다 보면, 자식이지만 낯선 외국인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생긴다. 이는 서글픔과 허무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 교육을 벗어나고 싶어 외국을 택했다면 실리적이고 주도적인 학생들의 진로 선택 문화 역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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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1월 9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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