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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프랑스 자부심에 외국어 소홀? 중학교도 제2외국어 의무교육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언어·역사 수업
프랑스 자부심에 외국어 소홀? 중학교도 제2외국어 의무교육

프랑스는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큰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행안내서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프랑스를 찾은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묻거나 주문을 하면 프랑스어로 말하라는 호통이 돌아오거나 무시당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 어느 정도 사실이었지만 유럽연합 출범 이후 프랑스는 달라지고 있다.


중학교부터 외국어 2개 배워

프랑스에서도 영어는 가장 중요한 외국어다. 영어 수업의 제1목표는 말하기로 보인다. 교사, 학생은 20~30여 분 동안 영어로만 말한다. 평가도 문법이나 시험 성적보다 문장 구사 능력을 우선시한다. 공책에도 영문법 규칙보다는 어휘와 영어권 나라의 문화 관련 내용이 주다.

영어 외 제2외국어는 중2(5ème)부터 의무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6년간 이어진다, 중학교에서는 매주 2시간 30분을 배우는데 대다수 학교가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학생들은 스페인어를 많이 택한다. 프랑스어처럼 라틴어에 뿌리를 둬 배우기 쉽고, 언어 사용자의 수도 많아 ‘쓸모 있는 언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 바캉스를 연상시키는 스페인에 대한 호감도도 반영됐다. 독일어는 프랑스-독일의 경제 교류 활성화로 장래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학생들은 어렵다는 이유로 점점 기피 중이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독일어를 배우면 우수한 학생이라는 인식이 있다.

지역에 따라 언어 선택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스페인어, 프랑스 북·동부에서는 독일어를 제공하는 학교가 많다. 중국어는 중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을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외국어 학습을 좋아한다면, 세 번째 외국어를 골라 학습하고 고교 졸업시험 과목으로 응시할 수 있다. 요컨대, 프랑스에서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세 가지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역사 공부는 미술 작품과 함께?!

역사는 이곳에서도 암기할 내용이 많은 과목으로 여긴다. 다만, 잘 외우는 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서술형 시험 위주라 역사적 날짜와 인물의 이름·사건 등은 답을 써나갈 때 필요한 요소이긴 하나, 그 자체가 평가 대상은 아니다. 시험 문제는 역사적 자료가 되는 글, 자료, 사진, 지도 등을 이용한다.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역사적 문서를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거나, 사진 등의 문서를 보고 시대적 특징을 보이는 요소들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한 시대의 역사적 특징을 잘 알고, 자료를 분석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

중2 딸의 교과서를 보면 비잔틴 제국부터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까지 1천200여 년의 역사가 크게 8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큰 흐름을 읽어나가도록 구성돼있다. 특히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현재 인류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는지에 초점을 둔다.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사진과 화보도 다양하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문서나 그림, 사진들이 풍부하게 삽입돼 흥미를 돋운다. 무엇보다 미술사와 역사를 접목시켜 각 챕터마다 당시를 대표하는 미술 작품에 대한 장을 따로 뒀다. 미술사학을 맛볼 수 있게 한 것. 르네상스 시대의 휴머니즘과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공부하며 동시대의 역사와 예술의 흐름을 연결하고, 초상화가 르네상스 시대 개인주의의 발달을 어떤 면에서 증명하는지 배운다. 이슬람의 스페인 지배를 학습한 후에는 알함브라 궁전의 건축을 보충 학습하기도 한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딸의 역사 교과서를 읽으면 재미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또 프랑스만이 아닌 유럽사 전반에서 프랑스사가 좀 더 부각된 정도로 역사를 배운다. 아무래도 유럽 내부의 여러 나라가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동일한 역사적 현상들을 공유하는 데다, 알자스-로렌 등 주변국과의 전쟁을 거듭하며 시기에 따라 영토도 달라져 왔다 보니, 하나의 민족적 관점에서 다루기는 어려워서가 아닐까 싶다.

일부에선 외국어 교육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외국어 번역 앱의 기능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데, 굳이 어렵게 외국어를 배워야 하냐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부심이 지나쳐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의 최근 행보는 의미하다. 소통의 도구라는 관점으로 언어 학습에 접근하고, 활용력에 초점을 두고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어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곧 있을 한국 수능에서는 올해도 고등학교에서 거의 배우지 않는 아랍어나 베트남어를 가장 많이 응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봤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때문에 영어를 적당히 공부한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한국 학생들도 참 외국어를 잘하는데, 학교에서의 외국어 교육은 언어의 장래성과 쓰임을 보고 활용하게 하는 수업보다 입시 유불리에 매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중학생 딸의 영어 교과서와 노트. 교과서 자체가 말하기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노트 필기량이 많지 않다.


딸아이의 역사 교과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역과 주요 예술가들을 다룬 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뒤러의 작품을 다룬다. 역사와 미술사를 함께 배우는 것이 인상적이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를 때 추가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과목. 유급 제도가 있는 프랑스는 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넘어야 졸업 자격을 얻는데, 총점을 높일 수 있도록 2과목을 추가로 볼 수 있다. 특히 제3외국어는 계열 관계없이 응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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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미란 프랑스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0월 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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