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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자유로운 미국 학교? 안전 사수 위한 규칙 가득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이색 규칙

자유로운 미국 학교? 안전 사수 위한 규칙 가득

미국 학교는 자유롭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국보다 훨씬 더 엄격한 규칙들이 눈에 띈다. 특히 학생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깐깐하다.

학년 초에 비상시 하교 수단, 교외 행사에 오는 방법과 시간까지 미리 알려달라는 서류를 내야 하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부모라도 학생을 학교에서 데려갈 수 없다. 처음엔 황당하고 좀 답답했지만, 비상시 학생을 끝까지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모습에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부모라도 아이를 데려올 수 없다

한국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규율이나 규칙이 엄격해진다면, 이곳은 학년이 낮을수록 학칙이 엄격하다. 미국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부모라도 아이들을 뜻대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학생의 등 하교 수단을 스쿨버스로 할 것인지 카풀로 할 것인지 미리 정해 학교에 알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택했는데, 하루는 급한 일이 있어 학교로 데리러 갔다 홀로 돌아와야 했다. 학교는 내가 부모인 걸 알지만, 정해진 시간 이전에 미리 알리지 않아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융통성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직원들은 안전에 관한 규칙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만약 아이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기 위해 다른 스쿨버스를 타야 한다면, 미리 탑승 버스 변경 신청서를 내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하거나 교외 활동 등을 이유로 조퇴할 때도 반드시 부모의 사인을 받은 사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다. 학기 초에 천재지변 등 비상시의 등하교 방법과 학교 경기 참가 시 이용할 교통수단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미리 정리한 서류를 내야 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비상사태가 얼마나 자주 벌어진다고 이런 일을 하는지 의아해했는데, 실제 눈이 많이 와서 도시가 마비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에도 학교는 절차에 따라 하교를 책임졌다.

몇 시간이 걸릴지라도 계획대로 아이들을 하교시키는 것을 보고 놀라고, 안심했다.


학교 출입도 엄격하게 제한

뿐만 아니라 학교 출입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한다. 교내로 통하는 모든 문은 잠겨 있어 방문객은 사무실을 통하지 않고서는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밖에서 우선 벨을 누르고 무슨 일로 학교에 왔는지 답해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학교 컴퓨터에 개인 정보와 입실 시간, 용건을 입력해야 하며 나올 때에도 반드시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미국 학교가 입출입에 예민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총기 사고에 대한 예방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동네에서 한 학생이 교내에서 총기 사고를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SNS에 그림으로 올려 발각된 적이 있었다. 비교적 상세한 그림과 함께 범행 시간과 세부 내용을 적었는데, 해당 학교는 하루 동안 문을 닫고 진상을 밝힌 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 관련 사고가 잦은데 최근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대형 사고를 모방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학교도 그만큼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

미국 학교의 학생 안전 사수는 입출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조지아주는 무료 스쿨버스 운행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도로에서 만나는 스쿨버스는 마냥 반갑지 않다. 모든 교통신호 중 가장 엄격히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스쿨버스가 정지해 멈춤(STOP) 신호가 올라왔다면 모든 방향의 차들은 멈춰 서야 하며 모든 아이들이 버스에 탑승하거나 내릴 때까지 절대 가로질러 갈 수 없다.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 앞 스쿨버스 존에서 시속 25마일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는 신호등이 반짝거리고, 학교 앞에서 경찰관이 수
신호로 도로 상황을 통제한다. 스쿨버스 규정 위반 시 벌금은 교통 위반 범칙금 중 가장 비싸다. 그만큼 시민들은 법을 잘 준수한다.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야외에서도 안전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동네마다 있는 수영장의 경우 천둥이 치면 안전요원이 어김없이 호루라기를 불며 모든 사람들을 나오게 한다. 축구나 골프 등 야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도 경기를 계속하지만, 천둥이 치면 심판은 즉시 경기를 중단 시킨다. 잠깐 천둥이 치다가 햇빛이 나는 경우라도, 무조건 경기장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감전될 우려 때문이다. 쨍쨍한 햇빛 아래 20분을 기다리며 조급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안전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문화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인 듯하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수영장과 경기장. 천둥이 치면안전이 확보되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정문 앞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총기 소지를 금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 학교에선 보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미국에선 일반적이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도로에서 스쿨버스가 정지하면, 모든 방향의 차들은 아이들이 모두 승하차하기 전까지 운행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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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성 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10월 9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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