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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호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석 달 동안 놀면 지겹겠다고? 학원에서 ‘열공’하느라 바빠요!

이달의 주제 외국 학교의 여름방학

석 달 동안 놀면 지겹겠다고? 학원에서 ‘열공’하느라 바빠요!

긴 여름이었다. 한국에 있을 땐 한 해의 중간이었던 여름이 미국에 살다 보니 한 해의 끝처럼 느껴진다. 더위와 추위를 피해 선선한 9월 초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나라의 시간에 나도 모르게 물들었다. 석 달, 키가 한 뼘씩 자랄 시간에 아이들을 마냥 쉬지만은 않는다. 미국에도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음 학년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현지에 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미국 학부모의 방학 나기를 살짝 전해보려 한다.


미국 학생도 학원에서 방학 난다?!

우리 가족이 사는 조지아는 방학과 개학이 다른 주보다 한 달 빠르다. 5월 중 순에 여름방학을 시작해 보통 8월 첫째 주에 끝난다. 여름이 워낙 덥기 때문이다. 3개월이나 되는 방학, 가족들도 시간을 맞춰 장기 휴가를 낸다. 햇빛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자유로운 미국 학생들의 모습은 내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곳 학생들도 학업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고학년이 될수록, 여름방학을 학습을 보충하거나 앞서나갈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실제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이나 개인 튜터와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거나, 예습을 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미국 수업 시스템의 영향이다. 학년이 아니라 학력에 따라 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교내외 클럽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공부 외에 해야 할 것들이 많아 미리 진도를 나가두면 조금 편하게 학기를 보낼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때문에 방학 때 학원은 학생들로 붐빈다. 이들은 주로 다음 학년 신청한 과목 중 어려운 AP 과목이나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힘든 수학 과학 독해 (reading) 교과 수업을 수강한다. 고학년이 될수록 내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데다 최근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도 커져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느는 추세다.

SAT도 방학 때 준비한다. 학기가 시작 되면 내신 시험에만 집중하기 위해 방학 때 SAT를 끝내려는 학생이 많다.

미국 내 SAT 학원은 보통 오전에 시험, 오후에 문제 풀이 수업을 진행하는데 수강료가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고득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SAT 학원도 늘 문전성시다. 최근에는 한국 SAT 학원의 명성이 미국에도 퍼져 방학을 활용해 한국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필요성은 이해하나 방학 내내 머리 식힐 틈도 없이 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


캠프로 전공 경험, 알바로 사회 경험 UP!

물론 모든 학생들이 공부에 치중하진 않는다. 캠프를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많다. 캠프는 미국 학생들의 대표적인 방학 활동인데, 저학년들은 7주 안팎의 일정으로 하루 종일 야외 활동 혹은 예술 활동을 경험하거나 다음 학년 공부를 예습하는 학습 캠프에 주로 간다.

보통 아침 9시쯤 시작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쯤 끝나는데, 학교에 다니는것과 비슷해 워킹맘이나 맞벌이 부부가 선호한다.

교회나 학원에서 주로 주최하며 학원은 학습, 미국 교회는 야외 활동, 한인 교회는 오전 학습·오후 활동으로 커리큘럼을 짠다. 가격은 다양한데, 주당 100~200달러 정도다. 학교 교사가 진행하거나 야외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는 캠프일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중·고생들은 관심 분야에 맞는 캠프를 찾는다. 특히 각 대학 캠프는 코딩이나 사진, 영화, 로봇, 토론, 경제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리고, 기간도 하루나 이틀에서 4주까지 다양하다. 대학 기숙사에서묵는 만큼 비용이 수천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싼 곳도 많다. 하지만 관심 분야가 비슷한, 다양한 출신지의 또래를 만날 수 있고 대학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방학 때 마다 대학 캠프를 자주 찾는다.

15세 이상이면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어 마트,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 일하거나 베이비시터 등으로 경제 활동에 나서는 학생도 적지 않다.


조지아텍의 중고생 대상 과학 캠프 현장. 여름 캠프 중 참여한 야외 활동 사진들.


저학년 학생들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
사진은 일일 낚시 행사(fishing day).


동네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여름방학 때 마을 수영장은 학생들로 붐빈다.


학생들이 방학 때 바쁘다면, 학부모들 은 방학 전에 바쁘다. 학기초 혹은 학기 중간시험 때, 학부모들은 방학 일정을 세우고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방학 두세 달 전 부지런히 움직여 학원이나 캠프를 등록하기 위해서다. 미리 등록 할수록 할인 폭이 큰 얼리버드 세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자녀의 방학에 맞춰 함께 시간을 보내려면 이 때 휴가 계획도 세워둬야 뒤탈이 없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호쾌하게 야외활동을 즐기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한국과는 또 다른 방식의 치열함이 있다.

특히 학원에서 공부하고, 대학 캠프에 참여하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쁜 학생들을 보면 사실 한국 고교생의 여름방학 풍경과 크 게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다만 몇 주의 장기 휴가를 낼 수 있는 부모는 한국과 다르다. 머리를 식힐 시간, 마음이 바쁜 아이들에게도 ‘지금은 쉬어가자’며 충분한 쉼을 지지해주고 함께해주는 부모가 아이들의 부담과 피로를 줄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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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성 (미국 통신원)
  • EDUCATION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9월 9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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