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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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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을 부르는 수제파이



식탐을 부르는 수제파이


이곳은 집인가 한증막인가!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 딸 때문에 에어컨도 못 켜고 선풍기 앞에 대자로 누워 있는데, 달갑지 않은 ‘미션’이 주어진다. 입맛이 도통 없다던 딸이 ‘녹차파이’가 당긴다며 당장 나가서 사오라고 등을 떠민다. 마지못해 현관을 나서는데 땡볕 아래 세워둔 차 안이 불가마 속 같다. 얼굴에 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쓴 듯 땀이 줄줄 흐른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카페 ‘파이나무’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원한 냉풍에 땀이 식는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100% 우리밀과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오색찬란한 수제파이가 줄지어 선 쇼 케이스를 홀린 듯이 쳐다보며 주문할 것을 고른다. 파이의 겉 부분은 적당히 바삭하면서 부드럽고, 버터향 가득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속 재료는 가미를 많이 하지 않고 본연의 맛을 살려 담백하다. “일단, 녹차파이 1개 주시고요, 단호박파이랑 에그타르트도 1개씩 주세요. 어머, 봄에는 딸기타르트였는데 여름이라서 청포도타르트가 나왔네요. 그것도 1개 주세요. 새로 나온 네모난 브라우니도 맛있던데, 그것도 주시고요.” ‘파이나무’의 베스트 메뉴인 무화과파이와 호두파이도 1개씩 추가한다. 늘 그렇듯, 또 너무 많이 샀다! 냉장고에 넣어뒀다 먹어도 맛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사실 한자리에서 3개는 거뜬히 먹을 자신이 있지만 참아야 한다.


식신에 홀린 듯 주문을 마치고 돌아서니 그제야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인근에 학교와 학원이 많아 늘 학생과 학부모로 북적거리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서 올 때마다 반가운 만남이 생긴다. “커피도 한 잔 주세요.” 예쁘게 포장한 파이와 커피를 받아들고, ‘아는 엄마’의 테이블에 슬쩍 끼어 앉는다. “어디 선물 가져가? 많이 샀네?” “응? 아니, 뭐….” 딸이랑 둘이 먹을 거치고는 양이 많지. 식탐을 들킨 것 같아 대답을 얼버무린다. 커피를 마시니 파이가 당긴다. 슬며시 상자 속으로 손을 넣어 무화과파이 1개를 꺼내 베어 문다. ‘음, 맛있어!’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엄마, 도대체 언제 와?” 아차, ‘미션’ 수행 중임을 잠시 잊었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미션’이었더라?


취재·사진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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