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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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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할 때 포장하는 갈비탕 한 그릇




대치동 학원 설명회는 보통 3시간이 넘는다. 아주 작은 책걸상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앉아 있다가 밖에 나오면 정신이 확 든다. 100여 명이 몇 시간 동안 환기가 안 되는 곳에 앉아 있었으니 산소가 부족했다. 아, 우리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매일 몇 시간씩 앉아 있는구나 싶다. 시간은 벌써 4시.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의 저녁이 걱정이다. 저녁을 차릴 기운은 없다. 설명회 듣는 것보다 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오늘도 하루를 이렇게 날렸다. 갈비탕 포장하러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설렁탕 집으로 향한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 북문 근처의 명가원 설농탕. 설렁탕 집인데 갈비탕이 맛있다. 처음 나를 데리고 간 사람이 갈비탕이 더 맛있으니 설렁탕 말고 갈비탕을 시키라고 권했다. 그렇게 처음 먹고 난 후 지금까지 갈비탕만 포장해온다. 1인분을 포장해 집에 있는 뚝배기에 끓이면 2인분이 딱 나오니, 아들 딸 두 아이의 저녁이 해결된다. “밥 없이 포장이요”라고 말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냉장고에서 비닐봉투가 바로 나온다. 고기와 대추·은행·가느다란 인삼이 들어 있는 파우치와 육수가 꽁꽁 얼어 있는 파우치, 이렇게 따로 포장해준다. 계산하고 난 뒤 옛날식 아이스케키를 한 스쿱 푼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이스케키는 내 몫이다.


●●● 평소 신세를 많이 졌던 선배맘이 고3맘이었을 때 나는 고2맘이었다. 9월 중순, 어떻게 수시 원서를 접수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밥할 시간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포장한 갈비탕 4인분을 선배맘 집 현관 앞에 둔 후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나 바쁘시고 힘들실지 상상도 안 돼요. 뜨끈하게 끓여서 가족들과 함께 오늘 저녁 해결하세요.” 바로 답 메시지가 왔다. “너무 고마워요. 원서 접수는 다 끝났고요. 담임 선생님께서 추천서 입력했는지만 확인하면 돼요. 너무 힘들어서 라면 끓일 기운도 없었는데 갈비탕이라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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