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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898호

YUMMY EDU

콩나물은 착하다, 너만큼이나



토요일 오후 1시, 아들이 학원에서 나올 시간. 입구에서 무리 지어 재잘거리며 나오는 또래 아이들이 예뻐 보여서 살며시 미소 짓는다. “엄마!” “배고프지? 수업은 재밌었어?”
아이의 손을 잡고 식당 문을 연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의 하이톤 목소리가 정겨운 그곳, ‘전주현대옥’. 벌써 자리 잡고 국밥을 먹고 있는 단골 학생들이 많다. “정호야, 밥 모자라지 않니? 동재야, 국물 더 줄까?” 마치 자식인 양 중·고등생 단골을 챙기는 사장님의 모습이 정겹다. 식당에 미리 한 달치 밥값을 결제하면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으니 부모들도 안심하고 아이의 소중한 식사를 맡기는 곳. 한창 먹성 좋은 아이들을 위해 추가밥은 무료다


● ●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 2그릇을 주문한다. 수란이 따로 나와 아들이 특히 좋아한다. 따뜻한 국물에 적셔 먹는 수란이 그렇게도 맛나단다. 본인 몫을 해치우고 엄마 쪽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그릇을 건넨다. “엄마는 안 먹어?” 하면서도 웃으며 그릇을 받아드는 녀석. 몸만 중학생이지 아직도 아기 같다.
콩나물은 착하다. 어릴 적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적당한 어둠과 물만 있으면 쑥쑥 잘도 자란다고. 방 한구석에서도 잘 커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는 효자 반찬 노릇을 톡톡히 했단다. 국과 무침이 되고, 밥이나 찜에 섞이며 우리네 밥상을 소박하지만 영양가 있게 채워준 고마운 나물. 뚝배기에 끓여 나온 국밥은 쉬이 식지 않아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후후 불지 않으면 입 안을 홀랑 데이기 일쑤다. 조미료도 쓰지 않고 간도 알맞아 개운하다. 맵기 조절도 가능해 어린 친구들도 맛나게 먹는다. 콩나물의 아삭함이 살아 있는 맑고 시원한 맛. 정성 어린 집밥 같은 그 느낌이 좋다.


● ● ● 든든히 배를 채우고 계산대에 선다. “맛있게 드셨어요?” 친절함을 잃지 않는 사장님의 배웅 뒤로 아들의 다음 행선지인 국어 학원으로 떠난다. “엄마, 끝나면 혼자 집으로 갈게.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어~” 웃으며 손을 흔들며 들어간다. 많이 컸다. 버스도 혼자 타고 돌아올 만큼. 별로 해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훌쩍 자라 엄마를 챙긴다.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조금 시리다. 그래, 엄마 먼저 가서 맛난 저녁 준비해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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