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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883호

고등

대학별 고사 CASE BY CASE

수능만 끝나면 시름이 덜어질 줄 알았다. 한데 수능이 끝나고 대학별 고사를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 더 복잡해진다.
6장의 수시 원서와 수능 점수가 얽혀 수험생마다 각자 다른 상황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판단력을 믿을 수 없지만 뭔가 하긴 해야 하니,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CASE 01 가채점으로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 판단
수능이 끝난 날 저녁이면 수험생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답과 자신이 푼 답을 비교하여 가채점을 한다. 성적표가 나오려면 3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데, 대학별 고사는 그 사이에 다 끝난다. 수시에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자신의 수능 점수로 더 상위 대학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지 안 할지 결정해야 한다.

수험표 뒤에 적은 답과 시험지를 보며 푼 답이 국어에서 1문제, 화학에서 3문제가 달랐어요. 수험표에 적은 답은 OMR 답안지를 옮겨 적은 것인데, 잘못 옮겨 적은 것인지 아니면 답안지에 잘못 표기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당장 이틀 뒤인 토요일과 일요일 논술고사를 보는 대학이 있었는데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춘 것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이 되었어요. 아이는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1번을 답안지에 잘못 표기해서 틀렸다며 더욱 자신 없어 했어요. 애매하면 일단 시험을 보러 가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논술고사에 응시했어요. 수능 성적표를 받아보니 모두 정답을 제대로 잘 썼더라고요.
그때부터 수시에서 모두 떨어지기를 바라는 상황이 되었어요.


CASE 02 정시 합격 여부를 가채점으로 예측
가채점은 과목마다 100점 만점에 몇 점 깎였는지를 보는 원점수로 한다.
수능 성적표는 전체 수험생의 점수 중 자신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여 나오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으로 표시된다. 정시는 대학마다 과목별 가중치와 계산법을 적용하여 대학별 점수로 지원한다. 가채점 결과만으로 두 달 뒤 정시에서 어느 대학에 합격 할 수 있을지 예측해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가채점된 원점수만 가지고 학생 스스로 정시 합격 여부를 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수능 다음날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불안과 희망을 함께 안고 논술고사에 응시했는데, 집에서 너무 멀고 아무 연고가 없는 지역의 의대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낮은 수능 점수로 더 선호도가 높은 의대에 정시로 합격한 친구가 주위에 몇 명 있었어요. 수시 원서를 쓰고 대학별 고사에 응시한다는 것은 수능 점수가 잘 나오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수시에서 붙으면 가겠다는 뜻이었더라고요.


CASE 03 수능 전 발표가 수능에 영향 끼쳐
수능 전 면접이나 논술을 보는 전형은 대부분 최저 기준이 없다. 문제는 수시 6장의 원서 중 최저 기준이 있는 원서도 있다는 점. 또한 본인의 합격·불합격이 아니어도 같은 반 친구들의 합격·불합격 소식에 흔들리게 된다. 수시 모집 인원이 많고 최저 기준이 없는 전형이 늘면서 수능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수능 전 두 곳의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1단계 탈락하고 나니 자신감을 잃었어요. 학교에서 늘 잠만 자던 친구가 그중 한 대학에 수능 전 합격하는 것을 보니 난 뭔가 싶었어요. 재학생은 수능을 잘 못 본다는 말이 머리에 맴돌더니, 역시 최저 기준을 못 맞춘 점수를 받았어요. 최저 기준을 못 맞췄으니 교과 전형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나마 최저 기준 없는 수능 후 또 다른 종합 전형도 1단계 탈락했어요. 친구들과 같이가기로 한 콘서트도 안 가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집에서 잠만 잤어요. 최저 기준 없는 교과 전형을 썼어야 했나 후회하던 중, 최저 기준 없고 면접 없는 다른 종합 전형에서 추가 합격했어요.


CASE 04 관심과 응원에 적절히 대처해야
입시가 복잡한 것은 전형이 몇 천 개라서가 아니라 수험생마다 상황이 달라서다. 수능 응원 찹쌀떡을 주려는데, 수험생은 그날 어느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소식을 받아서 만날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응원과 관심은 고맙지만, 복잡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수험생 집에 먼저 연락하지 말라는 것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칠순 넘은 친정아버지로부터 시험 잘 봤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아직 탐구 채점도 못하고 있을 때 말이에요.
수시에 썼다는 대학 중 한 군데는 어찌 되었냐고 물어보셔서 1단계에서 떨어져 면접을 못 봤다고 했더니 크게 실망하시네요. 논술 전형 다녀온 것은 어찌 되었나 그날 그날 전화를 하세요.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고 하니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채근하세요.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자 다 떨어졌냐고 낙담하세요. 예비 번호를 두 곳에서 받았고 정시 기회도 남아 있다고 설명을 드려도 못 알아들으세요. 수시에서 추가 합격한 후 전화를 드렸는데, 떨어진 다른 대학에 미련을 갖고 계세요. 수험생 아들 뒷바라지보다 친정아버지의 성화가 더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가 최종 등록한 곳 하나만 알려 드릴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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